▲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 경력과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남소연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22일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선한 고위급 인사 가운데 다섯 번째 중도 낙마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청와대 인사까지 포함하면 11번째이기도 하다.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논란을 빚었던 이명박 정부의 인선과 비교할 때도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 당시도 중도 낙마자는 이춘호 전 여성부 장관 후보자·남주홍 전 통일부 장관 후보자·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후보자·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 4명에 불과했다. 다른 역대 정권의 첫 조각 인사 낙마 사례와 비교해봐도 박근혜 정부의 낙마 수는 역대 최다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택일'만 남았다던 김병관, 중도 낙마한 다섯 번째 고위급 인사당초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기중개업체 비상임 고문 경력·부동산 투기 의혹 등 모두 30여 건이 넘는 각종 의혹들이 쏟아졌는데도 청와대에서는 "택일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20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김병관 후보자가 각종 문제가 많긴 하지만 안보 상황도 그렇고 임명될 것 같다"며 "김 후보자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의 견제용 포석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 후보자가 '김장수 라인'이 청와대와 군 요직을 장악하면서 선택한 '카드'인 만큼 쉽게 포기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상황은 곧 뒤집혔다. 김 후보자가 버마 자원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KMDC의 주식 보유 사실과 버마 방문 사실을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에서 누락한 일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여당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거세게 형성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21일 이와 관련 "문제는 국회의 의사가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전달이 안 됐다는 것이다, 우리 당 청문위원들이 가장 잘 알 것이고 그 의견 정도를 전달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즉, 김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김 후보자의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때부터 시작된 '검증 실패' 논란은 계속됐다. 김용준 전 후보자는 부동산투기·아들 병역 기피 의혹 등 도덕성 논란을 빚은 끝에 중도 낙마했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이중국적·미 CIA 연루설 등 논란을 빚다가 자진 사퇴했다.
'주식백지신탁' 황철주-'성접대 연루' 김학의, 속살 드러낸 부실 인사무엇보다 주식백지신탁 문제로 사의를 표한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후보자와 사회 유력층 성접대 의혹에 연루돼 사표를 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경우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터무니없이 허술했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황철주 전 후보자는 지난 18일 사퇴의사를 밝히며 "내정 발표가 났던 금요일(3월 15일) 오후 2시가 임박해서야 청와대로부터 '중기청장에 내정됐다,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공직 임용의 기초사항인 주식백지신탁 제도에 대해 후보자가 지명 당일에서야 알게 된 셈이다. 김학의 전 차관의 경우, 청와대 민정라인이 해당 첩보를 입수하고도 진상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역시 김학의 차관과 김병관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이날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 같은 인사 실패 문제에 대한 대책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사 잡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특히, 현 후보자는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지라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야권은 한 후보자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출신인 점, 1억 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한 점 등을 들어 부적격 인사로 꼽고 있다.
최측근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 '나홀로 인선' 제동 못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