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 김연철 코리아연구원 원장, 박홍서 동덕여대 연구교수.
권우성
"대포가 쌓이면 저절로 터진다" - "이럴 때 대북 메시지 보내야"
최대 문제는 역시 남북의 군사적 충돌이다. 김창수 위원장은 "'대포가 쌓이면 저절로 터진다'는 서양 속담처럼, 긴장이 고조되면 의도치 않아도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고의적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긴장이 반복된 서해5도에서의 충돌가능성은 물론이고, 북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포한 만큼 판문점이나 군사분계선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껏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식으로 알려진 건,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장거리 로켓이고, 북한이 진짜 미사일을 발사한 건 2006년 7월뿐"이라며 "이번에 다시 한 번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건 교수 역시 "저쪽이 무엇을 하든 우리가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북한도 마찬가지"라며 "이럴수록 서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얘기했다. 특히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인만큼 더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한국 정부가 내부를 안정시키는 한편 (북한에)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줘야 한다"며 "현재 방식은 한쪽이 완전히 무릎을 꿇으라는 건데, 그 상황에선 양쪽 모두 군사력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가 '한국이 나서라'고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모든 상황의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똑같은 파괴력을 가진 포탄 한 발이 평양에 떨어질 때보다 서울에 떨어질 때 더 피해가 심하다"며 "이걸 최소화하려면 우리가 더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똑같은 수준으로 게임을 하면, 북한보다 남한이 더 큰 피해자가 된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또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서 "한반도가 다시 강대국의 국제정치에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이 좋으면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텐데, 오늘 좌담회에서조차 '미국이, 중국이' 하면서 외국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에 있는 사람이 마치 시카고에 있는 것처럼 '북에 선제타격해야 한다'고 '유체이탈화법'을 쓴다"며 한국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선제공격론을 비판했다.
박홍서 교수는 강경파들이 '아전인수' 태도를 꼬집었다. 박 교수는 "최근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국을 더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시진핑 주석이 한국과 의사소통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박 교수는 중국 외교부 자료를 가져와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인들에게도, 중국 인민에게도 중요한 일이므로 중국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남북 화해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태도는 '원론적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박 교수는 좌담회 중간 기자에게 "(청와대 발표나 관련 보도는) 우리 희망대로 중국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너무 (전체) 구조를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