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원세훈, 새누리 어떻게 풀까?

민주당 공세에도 "검찰 수사가 먼저"... 일각서는 MB정권 선긋기 해석도

등록 2013.03.24 20:55수정 2013.03.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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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출국 못해!" 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원세훈 출국 못해!"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권우성

"잠시 있었을 뿐이다. 나는 이미 거기서 있었던 일을 모두 잊었다."

국가정보원 2차장 출신인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끝까지 말을 아꼈다. 그는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장이 퇴임 사흘만에 출국을 하려 한 것에 대해 국정원 경험자로서 평가해달라"는 요구에 "드릴 말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새누리당 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말 그대로 원 전 원장은 새누리당의 '골칫덩이'가 돼 버렸다. 유력층 인사 성접대 의혹과 대형 해킹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은 지난 사흘간 이어진 '출국 소동'으로 확실히 부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지난 18일 25건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공개되고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됐는데도 지금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던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전, "실패한 선거공작"이라며 민주당을 몰아붙였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원세훈 게이트' 공세 돌입한 민주당, "새누리 즉각 정보위 소집 응해라"

반면,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원세훈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원 헌정파괴 국기문란 진상조사특위'까지 꾸린 상황이다.

조사위 소속 문병호·김현·진선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MB정권 5년간 원세훈 전 원장은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만을 위해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 조직과 운영을 왜곡했다"면서 "국정원의 정치공작 사건은 대한민국 헌정을 파괴하고 국기를 문란하게 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원 전 원장이 이날 오후 미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려는 점을 겨냥, "퇴임한 지 3일만에 연수를 빌미로 도피성 외유를 떠나려고 시도한 원 전 원장의 행태는 더욱 심각한다"며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 퇴임하자마자 해외도피를 시도한 것은 제3세계나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행태"라고 꼬집었다.

또 관계 수사당국을 향해,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등 국정원의 조직적인 정치공작 사건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하고 진상규명을 하라"면서 "제3차장 산하 심리전담팀의 구성 경위와 주요 업무, 67명 직원의 활동상황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의 출국 시도 사실에 대한 진상규명도 요구했다. 이들은 "국정원장은 그 자체가 움직이는 국가기밀 창고"라며 "원 전 원장의 출국동기·준비과정 등 전반적인 경위뿐만 아니라 국외 출국을 준비하면서 국가 기밀자료 유출 가능성은 없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과 정치공작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정보위 소집에 즉각 응하라"고 촉구했다.

'미적지근' 새누리, "검찰에서 다룰 문제, 지금 가타부타 할 일 아냐"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치개입 의혹이 고발된 사안이라면, 검찰에서 1차적으로 다룰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재 원 전 원장은 민주노총·전국교직원노종조합·4대강 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에게 총 5건의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다.

서 의원은 이 점을 거론하며 "검찰이 (해당 사건을) 다루기 거부한다면 국회에서 문제 삼아야 하지만 출국금지까지 시켰다면 수사 의지가 있는 것이다, 검찰에서 수사하겠다는데 '이걸 해라'고 위원회가 나서는 건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 수사결과부터 지켜본 뒤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다만, 그는 "이 시점에서 가타부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수사에 착수했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내일(25일) 언론보도나 상황을 파악하고 여야 정보위원들과 함께 논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내막을 잘 몰라서 뭐라고 얘기하기 힘들다"고 전제한 뒤, "원 전 원장이 출국금지 당한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다, (검찰이) 엄정하게 조사해서 유무죄 여부를 정확히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세훈 출국금지로 MB정권 선긋기 신호탄?

 박근혜 신임 대통령과 이명박 전임 대통령이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신임 대통령과 이명박 전임 대통령이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소연

이와 달리,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두고, 청와대가 이명박 정권과의 선긋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란 해석도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주말 오후에 원 전 원장을 출국금지 시켰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몸을 담았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알아서 출국금지했을 수도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원 전 원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가 있지 않겠나"라고 추측했다. 검찰의 사전 보고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청와대의 의중 역시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였다.

그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 역시 '사찰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1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세종시 문제로 파란을 겪은 후 2009년 4월 박근혜 전 대표를 사찰하기 위한 팀이 국정원 안에 꾸려졌다"고 폭로한 바 있다. 최근 공개된 25건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도 세종시 문제는 주요 사안 중 하나였다.

이 관계자는 "원세훈 전 원장에 이어, 4대강 국정조사까지 시작하게 되면 당내 친이계 인사들도 '으악'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이 크게 사무실을 내고 활동하겠다는 것도 문제다"면서 "만약 박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을) 출국시켜줬다면 자존심도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한 친박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찰은 수사의 필요성 때문에 출국금지했겠지 딴 의도는 아닐 것"이라며 이같은 해석을 부인했다. 그는 "검찰 입장에서 원 전 원장이 이미 몰래 빠져나갔다면 모를까, 출국금지를 안 내려서 나갔다면 이후 뒷감당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현재 원 전 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찰 의혹이) 없다"고 설명했다.
#원세훈 #국정원 정치개입 #출국금지 #새누리당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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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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