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보육원 앞에 올레길 7-1코스 스템프가 있는 간세
전용호
서귀포 이마트 앞에서 월드컵경기장으로 걸어가서 오른쪽으로 돌아 빠져 나간다. 잠시 서귀포 시내를 걸어가다 도심을 벗어나면 도로 양편으로 귤밭이다. 귤밭은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얼기설기 돌담으로 구분된 밭에는 사람 키만큼만 자라는 귤나무를 심어 놓았다.
귤밭에는 울타리로 삼나무를 심어서 바람을 막았다. 근데 귤밭 울타리에 있는 삼나무는 가끔 벌거벗은 체 줄지어 서있다. 귤밭에 울타리로 심어진 삼나무는 커갈수록 애물단지가 된다. 바람만 막아야 하는데 과일나무에게 가장 중요한 햇살도 막는다. 결국 삼나무들은 가지가 쳐지고, 고사목이 되어가기도 한다.
사실 삼나무가 우리나라에 심어진 역사는 짧다. 기껏해야 90년 정도다. 본디 우리 것이 아니다보니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나라 산들에는 산림녹화라는 빌미로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무분별하게 심어졌다. 그러다보니 우리 고유의 숲들은 자리를 빼앗겼다. 이제는 우리의 숲을 만드는 고민도 필요한 것 같다.
귤밭 풍경을 구경하면서 한적한 포장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엉또폭포가 나온다. 이름이 생뚱맞다. 엉또가 뭐야? '엉'은 작은 바위그늘이나 작은 굴을 말하고, '도'는 입구를 표현하는 제주어다. '엉또'는 작은 굴 입구라는 뜻이다. 안내판에는 평소에는 물이 없고 산간지역에 70㎜이상 비가 와야 폭포를 볼 수 있단다.
나무데크로 된 길을 따라 폭포로 들어간다. 폭포로 거슬러가는 천이 악근천이다. 악근천 주변에는 구실잣밤나무, 광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입구에서 안내판을 보았던 지라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엉뚱한 폭포다. 폭포지만 물이 없는 폭포. 그래도 50m에 이르는 폭포 벽과 폭포 위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