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가 바뀌면 수업도 바뀐다"

3월 강원도 내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된 '상시평가'

등록 2013.03.25 17:10수정 2013.03.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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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은 단편적 암기 위주의 선택형·단답형·결과 중심 평가를 서술형·논술형·과정 중심 평가로 개선하기 위해 '교사별 상시평가제'를 올해 3월부터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했다. 지난해 9월 '상시평가 우선 적용학교'로 지정된 양양 광정초를 찾아 상시평가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수업 현장에 들어가 살펴봤다.

학교행사도 교과 수업으로 활용... 수업만 잘 따라가면 평가도 수월

a  학생의 답안지를 살펴보며 조언해주는 손유미 선생님의 모습

학생의 답안지를 살펴보며 조언해주는 손유미 선생님의 모습 ⓒ 현지애


교사별 상시평가란?
기존에 학년별로 중간 및 기말고사 등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하는 집단·총괄적 평가와 달리 교사가 재량껏 교육과정 운영에 맞게 평가의 시기, 횟수, 방법 등을 계획해 수시로 평가하는 것.
"지금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학교 앞 도로. 손유미 선생님(양양 광정초)의 물음에 아이들이 번쩍 손을 들고 답한다. "어린이보호법이요." "자동차가 지나가니까 교통법!" 정확한 법의 명칭은 몰라도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보고 알게 된 것들을 꺼내놓는다.

양양 광정초를 찾은 지난 19일. 6학년 교실에서 프로젝트 수업이 한창이었다. 오후에 있을 어린이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주부터 2학기 국어과(생각과 논리), 사회과(우리나라 민주정치, 생활 속의 법) 단원을 미리 앞당기고 통합해 프로젝트 수업을 꾸몄다.

3, 4교시에는 사회과 수업으로 우리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법에 관해 공부했다. 아이들은 컴퓨터실에서 인터넷으로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접속해 우리나라에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법이 있는지, 그 많은 법 중에 자신과 관련된 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봤다. 이후 장소를 학교 주변으로 옮겨 방금 전에 찾아본 법과 학교시설을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에게 손유미 선생님은 '평가'를 하겠다며 공책을 준비토록 했다. "오늘 본 것들을 중심으로 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법의 사례를 쓰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a  한 학생이 작성한 답안지

한 학생이 작성한 답안지 ⓒ 현지애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기억을 더듬으며 공책의 빈 공간을 채워나갔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선생님에게, 옆의 친구에게 물어보며 오늘 배운 내용들을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손유미 선생님은 "필요에 따라 수업 중간에도 평가를 하니까 수업에 대한 집중도는 훨씬 좋아졌고,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들이 느끼는 시험 스트레스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평가는 배움과 성장을 위한 과정


a  한 학생이 어린이 회장, 부회장 후보자들의 공약을 들으며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한 학생이 어린이 회장, 부회장 후보자들의 공약을 들으며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 현지애


5교시 수업은 어린이회장 선거. 회장·부회장 후보로 나온 아이들이 각자의 소견을 발표할 때 6학년 아이들은 체크리스트를 통해 후보자의 공약을 검증했다. 이것 또한 국어과 '생각과 논리' 단원의 평가로, 아이들은 후보자의 말을 경청하며 공약을 요약하고 타당성 여부를 따졌다.

아이들이 작성한 평가지를 받은 손유미 선생님은 아이들의 답변을 꼼꼼히 읽으며 학생 개인별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수업 내용상 더 보충할 것은 없는지 살펴봤다. 손유미 선생님은 "평가는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알아보는 중요한 자료"라며 "성취기준에 못 미치는 아이는 따로 보충해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평가의 결과물은 '나의 성장기록장'에 차곡차곡 모아 아이들의 성장 정도를 체크하는 자료로 활용한다고.

올해 3월부터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 교사별 상시평가제가 도입됐지만, 생소한 개념탓인지 상시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교사들이 많다. 이에 대해 손유미 선생님은 평가의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평가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를 점수 매기기가 아닌, 배움과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상시평가를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워집니다. 평가와 수업을 따로 놓고 생각하면 상시평가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교사가 어떻게 수업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상시평가는 수업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좋은 방안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상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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