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출국 못해!"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도피성 미국 출국을 기획하다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출국금지명령으로 좌절됐다. 이른바 '국정원녀 댓글 사건'을 비롯해 최근 불거진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 등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민변, 참여연대 등 각종 단체로부터 선거법 위반, 국정원법, 직권남용 등의 죄로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그는 개인적 비리에 대해서도 경찰, 검찰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 사건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권력기관이 각종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반드시 그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은 1986년에 드러난 미국의 '이란 콘트라'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미국이 헤즈볼라에 의해 납치된 인질의 석방 대가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그 대금의 일부가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에 지원됐다는 사실이 레바논 언론에 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에 대한 지원은 미국 볼랜드 수정법안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이 사실은 당시 미 해병대 장교였던 올리버노스가 당시 미국 국가 안전 자문위원이었던 존 포인덱스터에게 이메일을 보낸 내용이 확인되면서 정치 스캔들이 되었다. 당시 이 사건의 조사와 폭로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자메일의 삭제와 증거인멸을 기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란 콘트라 사건은 위키백과 인용)
이란 콘트라 사건이 떠오르는 이유 그 결과 이전까지는 기록이 아닌 단순한 정보적 자료로만 취급되던 이메일이 그 자체가 하나의 기록으로 간주되어 기록성, 획득과 편철, 보안 등의 관리적 측면을 고려하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1993년 미국 공공기관에서는 이메일이 기록관리의 대상으로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란 콘트라 사건을 떠올리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과 더불어 청와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직기간 동안 단 한 건의 비밀기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하는 보도가 연상 되는 것은 왜일까?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이 어딘가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두 사건이 어떻게 닮아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 공통점으로 두 사건 모두 대통령 관련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란 콘트라 사건이 폭로된 이후 레이건 대통령 관련성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이후 특별검사에 의해 사임 직전까지 몰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경우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담당자만 해임되었고 레이건 대통령은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련성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민주통합당은 "MB정권 내내 대통령 독대 보고를 부활한 원세훈 전 원장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불법적인 정치공작을 단독으로 벌였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정황이 분명하듯 국정원의 정치공작 역시 대통령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업무의 특성상 국정원장은 각종 정보나 추진하고 있는 일을 대통령에게 단독으로 보고한다. 만약 위 사건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고 받았다면 그 보고문건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정상적이라면 청와대와 국정원에 각 한부씩 비밀기록으로 보관된다. 또한 대통령은 보고 기록을 검토한 후 각 수석비서관실에 추후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와 관련된 기록들이 대통령실 비밀기록으로 생산관리 되는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을 인지했고, 청와대에서도 관련 부분에 대한 대책을 지시했다면 이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 입증 여부도 이 문건들에 의해서 확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