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만 볼 수 있는 비밀기록, 냄새가 난다

[주장] 원세훈 댓글 지시와 이란 콘트라 사건의 유사성

등록 2013.03.26 09:41수정 2013.03.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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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출국 못해!" 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원세훈 출국 못해!"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권우성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도피성 미국 출국을 기획하다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출국금지명령으로 좌절됐다. 이른바 '국정원녀 댓글 사건'을 비롯해 최근 불거진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 등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민변, 참여연대 등 각종 단체로부터 선거법 위반, 국정원법, 직권남용 등의 죄로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그는 개인적 비리에 대해서도 경찰, 검찰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 사건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권력기관이 각종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반드시 그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은 1986년에 드러난 미국의 '이란 콘트라'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미국이 헤즈볼라에 의해 납치된 인질의 석방 대가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그 대금의 일부가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에 지원됐다는 사실이 레바논 언론에 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에 대한 지원은 미국 볼랜드 수정법안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이 사실은 당시 미 해병대 장교였던 올리버노스가 당시 미국 국가 안전 자문위원이었던 존 포인덱스터에게 이메일을 보낸 내용이 확인되면서 정치 스캔들이 되었다. 당시 이 사건의 조사와 폭로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자메일의 삭제와 증거인멸을 기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란 콘트라 사건은 위키백과 인용)

이란 콘트라 사건이 떠오르는 이유  

그 결과 이전까지는 기록이 아닌 단순한 정보적 자료로만 취급되던 이메일이 그 자체가 하나의 기록으로 간주되어 기록성, 획득과 편철, 보안 등의 관리적 측면을 고려하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1993년 미국 공공기관에서는 이메일이 기록관리의 대상으로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란 콘트라 사건을 떠올리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과 더불어 청와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직기간 동안 단 한 건의 비밀기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하는 보도가 연상 되는 것은 왜일까?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이 어딘가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두 사건이 어떻게 닮아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 공통점으로 두 사건 모두 대통령 관련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란 콘트라 사건이 폭로된 이후 레이건 대통령 관련성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이후 특별검사에 의해 사임 직전까지 몰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경우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담당자만 해임되었고 레이건 대통령은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련성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민주통합당은 "MB정권 내내 대통령 독대 보고를 부활한 원세훈 전 원장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불법적인 정치공작을 단독으로 벌였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정황이 분명하듯 국정원의 정치공작 역시 대통령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업무의 특성상 국정원장은 각종 정보나 추진하고 있는 일을 대통령에게 단독으로 보고한다. 만약 위 사건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고 받았다면 그 보고문건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정상적이라면 청와대와 국정원에 각 한부씩 비밀기록으로 보관된다. 또한 대통령은 보고 기록을 검토한 후 각 수석비서관실에 추후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와 관련된 기록들이 대통령실 비밀기록으로 생산관리 되는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을 인지했고, 청와대에서도 관련 부분에 대한 대책을 지시했다면 이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 입증 여부도 이 문건들에 의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이명박 시장과 원세훈 부시장 시절 지난 2004년 10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원세훈 행정1부시장.
이명박 시장과 원세훈 부시장 시절지난 2004년 10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원세훈 행정1부시장.권우성

두 번째로 사건 기록의 은폐다. 이란 콘트라 사건의 경우 당시 미 의회는 특별검사로 로런스 월시를 임명하여 사건을 수사 하였으며, 1988년 존 포인덱스터, 올리버 노스 등 핵심 인물을 기소했다. 그러나 포인덱스터와 올리버 노스의 묵비권 행사와 미 행정부의 정보 공개 거부 및 문서 파기 등 조직적인 은폐에 의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는 데 실패했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JTBC에 의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시절 청와대에서 생산한 비밀기록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에서 비밀기록 '무단 폐기'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의혹에 대해서 전 청와대 관계자들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영수 전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 <중앙일보> 반론 기고를 통해 "첫째, 이관 기록물 중 '비밀'기록이 한 건도 없다는 보도는 자칫 이명박 정부가 비밀기록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여전히 왜 일반기록 중에 비밀기록이 없느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 이전에는 대통령기록물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워 파기하거나 과도하게 비밀로 지정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확실한 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꼭 보호해야 할 기록만 지정기록으로 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보다 공개성이 높은 일반기록으로 넘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기록물이 전 정부보다 30여% 늘었으면서도 공개성이 낮은 지정기록은 오히려 30여% 감소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한 이명박 정부의 기록관리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기록관리를 담당했던 한신대학교 국사학과 이영남 교수는 "대통령실에서 생산한 비밀기록을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는 것은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으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며, 대통령지정기록물 숫자가 줄어든 것이 마치 이명박 정부의 투명성을 입증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비밀기록은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후임 대통령을 위해 기록을 남겨두어야 하고, 비밀기록 중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비밀기록을 전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종합하면 이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건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성 여부는 각종 청와대 보고 기록으로 입증될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기록들이 비밀기록으로 남았다면 현 정권의 고위직들이 각 기록들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핵심관계자들은 이 기록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만 볼 수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란 콘트라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검사 활동에 대해 미 행정부의 정보 공개 거부 및 문서 파기 등 조직적인 은폐의 정황들. 한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행위와 이명박 정부의 비밀기록 '0'건 생산 그리고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된 주요 기록들. 미국과 한국에서 30년 시차를 두고 일어난 사건이 어딘가 묘하게 닮아 있다.
덧붙이는 글 전진한 기자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비밀기록 #원세훈 #국정원장 #이란콘트라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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