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아이의 모습
김춘미
참나... 맨 끝에 하트뿅뿅만 없었어도 그냥 웃으며 넘겼을 것이다. 근데, 정성스레 그린 하트 두 개가 맘을 찡하게 만든다. 간만의 운동과 회식에 집에 가면 씻기도 싫고 그냥 누웠음 좋겠다는 생각, 욕심이었다. 큰놈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큰놈 올해 8살, 초등학교 1학년이다. 뜬금없이 이런말을 한다.
"엄마, 나 아빠 있는 서울에 가서 학교 다니면 안돼? 나도 친구들처럼 아빠가 학교 데려다 주면 좋겠어. 응? 엄마, 그리고 왜 우린 아빠랑 같이 안 살아 나 아빠랑 살고 싶어 나두 서울 갈래. 엄마도 따라오고 싶음 따라와도 돼."이번엔 둘째 놈도 나선다.
"엄마, 맨날 우리를 돌보미선생님한테 맡기고 맨날 늦게 다니고, 전에 대전오월드 갔을 때도 엄마는 안 가구, 지난번 장동에 갈 때도 그렇고... 엄만 왜 맨날 그래?"회사에 민원이 요동치던 토요일, 난 회사로 그리고 두 따님과 아빠가 오월드로 갔던 것과 대학원 중간고사 때문에 주말 두어번 아빠에게 맡겼던 그 얘기를 매번 협박용으로 써먹는다.
"엄마가 누구 엄마처럼 집에서 있다가 일찍 우릴 데리러 오든가, 아님 엄마도 누구 엄마처럼 일 다하고 밤에 회사 안 갔으면 좋겠어. 아님 엄마가 과장이 아니라 비서나 뭐 그런거 하면 좋겠구..."엄마도 할 말은 많은데... 틀린얘기 하는 것도 아니고... 조목조목 따지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가 채워주지 못하는 시간에도 아이들 쑥쑥 크고 있구나 싶어 그냥 다 듣고만 있었다.
월요일 팀빌딩과 회식, 그리고 집에서까지 이어진 토론으로 잠들기 전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8살, 6살이 되도록 아빠와 한 번도 함께 살아보지 못한 아이들의 민원제기 사유 정당했다.
엄마가 조용히 속으로 대답한다"언젠가 너희가 말한대로 엄마회사 케이프터(둘째가 말하는 엄마회사이름)는 물 만드는 회사야. 그리고 그 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그 일을 엄마는 계속할거고, 그럴려면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만 더 엄마를 이해해줘야해. 대신, 엄마가 하나만은 약속할게. 1번도 2번도 동그라미치지 못하지만, 3번! 엄마, 올해 꼭 승진해서 아빠랑 같이 살게 해준다!! 3번! 이걸루 안되겠니?"** 아직은 말을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두 따님들에게 마음 속으로 엄마가 약속합니다. 엄마 회사 계속다니면 평생 아빠랑 같이 살기 힘들 수도 있지만, 너희가 더 크기 전에 이번만은 꼭 아빠랑 살 수 있도록 엄마가 노력할게...엄마도 하트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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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중한 이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며 멋지게 늙어가기를 꿈꾸는 직장인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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