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의 ‘I wish...’. 젊은이들의 사랑에 대한 수다를 라이브 피아노반주에 맞춰 표현하였다. 무용수들이 직접 대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국립현대무용단
첫 번째는 김정은의 'Three'였다. 김정은은 "세 명의 무용수다. 세 개의 몸과 세 개의 감정이 만난다. 그들이 시각, 청각, 촉각이라는 세 개의 감각으로 느끼고 표현한다"며 작품을 설명하였다. 좀 더 색다른 무대를 위해 회색 연두색 빛의 잔디형태의 바닥을 깔아 시각과 촉각의 자극을 주었다. 또한 청각적으로는 안무가의 남편인 작곡가 양용준의 댄스, 탱고, 전자음악 등 다양한 색채로 변화하는 감각적인 음악이 무용수들의 자유분방하고 표현적인 움직임의 배경이 된다기보다 그 움직임을 끌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캐주얼하고 타이트한 초여름 복장 정도의 의상이 일단은 편안하다. 그러한 일상 옷차림에서 각기 다른 세 개체가 구르고, 뛰고, 만나고, 도망가고, 금세 친해졌다가 또 놀리고 도망가고, 때론 조롱하고 등등의 움직임과 감정 표현이 자유로우면서도 익숙하다.
마치 나도 저렇게 표현할 수 있어, 아마 저렇게 표현할 거야라는 '친숙감'을 관객에게 주면서 사실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욕망과 감정, 기쁨, 고통, 분노를 표현하여 후련한 해소감을 안겨주는 무대였다. 특히 마지막에 천장에서 주먹크기 만한 하얀 스티로폼 공들이 무수히 쏟아내리면서 해소감은 극대화되었다. 이 하얀 공이 우수수 떨어지는 그 순간이 시각, 청각, 촉각의 'Three'가 총체적으로 자극되며 세 개의 감정과 몸이 바라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박근태의 'I wish...'였다. 안무가는 "사랑, 젊은이들이 흔히 말하는 그 사랑에 대하여 표현했다"고 짤막하게 작품을 설명했다. 사랑은 누구나 바라고 꿈꾸며 또 어렵고 고통스러운, 누군가 그 해답을 주었으면 해결해 줬으면 하는 주제이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증이 생기는 가운데 공연은 시작됐다. 여섯 개의 키높이 정도의 흰색 스탠드가 무대 양쪽 둘레로 세 개씩 마주보고 놓였다. 여자 넷, 남자 하나의 다섯 무용수는 중세 귀족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검정 정장스타일 의상을 입고 사랑에 대해 표현하였다.
특이한 것은 공연 내내 무대 오른쪽 뒤에서 피아니스트 김성희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또한 유일하게 이날 공연 중 무용수의 구체적인 대사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무용수가 말을 한다는 것은 보통 무용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부드러운 피아노 음악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은 마치 젊은날의 풋풋함, 사랑에 대한 호기심 등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장면을 무대로 옮겨오며 사랑에 대해 해답보다는 각자 사랑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다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