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송보송한 솜털이 노루귀를 닮았다하여 이름붙여진 노루귀, 고운자태가 앙증맞고 예쁜 청노루귀
조정숙
"수상해 수상해…. 요즈음 바람났나봐~ 아침마다 어디를 그렇게 바삐 다니는 거예요?""아 네…. 바람난 여인 만나러 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10층 아주머니의 의심의 눈초리를 뒤로하고 뭔가에 홀린 것처럼 장비를 챙겨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야생화가 핀 산을 오르면 봄바람이 코를 간질이고,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의 아우성 소리에 귀가 열린다. 힘찬 새싹들 덕분에 고소한 흙냄새까지 덤으로 얻게 되니 바람나지 않고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화단을 예쁘게 가꾸시는 1층 할머니는 "난 알아. 또 야생화 만나러 가는구나. 우리 집 앞 화단에 흰노루귀와 복수초도 피었어, 산으로 들로 나가지 말고 여기서 담으시구랴~. 그리고 전시회 하면 꼭 나도 불러주고~" 하고 말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