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근혜 정부 단식 첫 타자가 될 줄이야..."

의사 출신 김용익 의원,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 단식

등록 2013.04.05 14:36수정 2013.04.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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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관 본회의장 계단 입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항의하며 정상화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관 본회의장 계단 입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항의하며 정상화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남소연



"홍준표 (경남)지사가 워낙 극단적인 사람 아니냐. 그래서 나도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4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관 정문 로텐더홀 계단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은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의 말이다. 그의 옆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단식농성 1일째'라고 적힌 기다란 현수막이 세종대왕 동상에 걸쳐져 있다. 그의 뒤편에 세워져 있는 여러 개의 피켓 중에서는 '경상남도가 홍준표 공화국인가?'라는 글귀가 먼저 눈에 띠었다.

'왜 단식을 시작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홍준표 지사가 그냥 말로 해서 듣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혼잣말하듯 "내가 (박근혜 정부하에서) 단식 1번 타자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단식을 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처음 해 본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삭발·단식을 해야 할지도..." 예감했는데

지난해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용익 의원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사회정책수석을 지냈다. 그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서 "몸싸움만큼은 정말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작 단식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그가 "삭발이나 단식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하는 예감이 든 것은 경남 진주의료원 사태가 벌어지면서다.

"의료체계 문제였다면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에 대한 휴·폐업을 강행하는 것은 인권적인 문제다. 그래서 이 문제는 공공의료 문제만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환자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홍준표 지사를 직접 만나 설득을 해보려고도 했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진주의료원을 방문한 뒤, 홍준표 지사를 만나기 위해 경남도를 찾아갔다. 그러나 홍 지사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난다는 이유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대신 조진래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만나 환자와 가족들에게 퇴원을 종용하지 말 것,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진행 중이므로 조례 개정안 심의를 밀어붙이지 말 것 등을 요구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홍 지사는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지난 3일 일방적으로 진주의료원에 대한 휴업 결정을 강행했다. 사실상 폐업 절차에 돌입한 셈이다. 내달 2일까지 한 달간 문을 닫게 된 진주의료원에는 현재 40여 명의 환자와 170여 명의 직원들이 남아있다. 이날 밤 김 의원이 단식을 결정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병원을 닫으려면 왜 닫으려고 하는지 공청회라도 한번 열어야 하는 거다. 그리고 환자를 어떻게 옮기겠다는 것인지, 진료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직원들의 고용 승계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초보적인 대책조차 전무한 상태에서 갑자기 사회적 협의도 전혀 없이 취임 두 달 만에 병원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그 병원 문을 닫은 뒤에 그 건물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대책도 없다.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일을 처리할 할 수 있나?"

홍준표 지사에 분노 "환자 쫓아내는 일 있을 수 없어"

김용익 의원은 다음날 오후 가족들에게 단식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문자로 통보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그따위가 도지사, 그따위가 정치를 하느냐"며 홍준표 지사에 대한 분노를 거침없이 토로했다.

"(내가) 원래 의대를 나온 의사다. 환자를 쫓아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환자가 있는데 병원을 닫겠다고 하겠느냐. 가난한 사람을 쓰레기처럼 생각하고 공공병원 문 닫는 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도지사가 될 수 있느냐."

김 의원은 특히 "공공병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라며 "공공의료기관이 적자가 나서 문을 닫는다는 것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구조나 빈민진료의 경영을 분석해보면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공공병원에서 돈을 벌면 병원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지사의 논리대로라면 정부가 시행하는 무상보육, 기초연금과 같은 복지제도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다시 홍준표 지사가 새누리당 대표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임을 상기시켰다.

"정치를 그렇게 오래 했다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그렇게 오래 했다는 사람이 의료문제에 대해, 국민의 건강 문제에 대해 이렇게 무식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홍준표 지사는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진주의료원 폐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홍준표 도지사의 독단적이고 비인간적인 공공의료 파괴행위를 그대로 내버려둘 작정이냐"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집권당이 집권당 노릇을 하지 않고 있다. 장관도 그만두라"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겨냥했다.

진영 "홍준표 고집이 세서, 저도 걱정"... 김문수 지사와의 차이는?

 5일 오전 국회 본관 본회의장 계단 입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나 인사하고 있다.
5일 오전 국회 본관 본회의장 계단 입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나 인사하고 있다.남소연

5일 오전 김용익 의원이 다시 국회 본관 정문 로텐더홀 계단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단식 이틀째다. 전날 밤 12시까지 자리를 지킨 뒤,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다시 나온 것이다.

오전 7시 10분경, 진영 장관이 국회 본관 정문으로 들어섰다. 이날 오전에 예정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진영 장관은 자리에 앉아있는 김 의원을 향해 "괜찮으십니까"라며 허리를 굽혀 두 손을 맞잡았다. 마침 김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민병두 민주당 의원 등이 동석했다.

진영 장관은 김 의원에게 "홍준표 지사한테 (폐업 철회) 권유를 많이 했는데, 홍 지사가 워낙 고집이 센 사람이어서 말을 잘 안 듣는다"면서 "저도 걱정"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보건의료를 총괄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다. 복지부가 강력하게 영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침에 어긋나게 일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다그쳤다. 진영 장관은 "알겠다"고만 답한 뒤, 당정협의회 참석을 위해 일어섰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당정협의회는 당초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박근혜 정부 복지 공약에 대한 논의를 위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 및 휴업 조치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조진래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참석하는 등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대책 논의가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정도 회의에 참석한 뒤, 외부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뜬 진영 장관은 국회를 나오면서 다시 김용익 의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김 의원은 거듭 "당정협의는 잘 했나, (문제 해결을) 잘해주셔야지, 잘못하면 큰일 난다"면서 진영 장관을 압박했다. 진영 장관은 국회를 나서면서 "홍준표 지사와 대화를 해봤느냐"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전화통화도 했고, 얘기도 많이 했는데... 잘 해봐야지요"라고 답했다.

이날 오후에는 홍준표 지사가 국회에서 경남도 지역 의원들과 당정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김 의원은 "경남도청 앞에 누워있는 장영달(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전 의원도 피해 다닌다는데, 홍 지사가 여기에 와서 나를 만나겠느냐"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다만 "좋은 계획과 좋은 사람이 있으면 공공병원 문제는 얼마든지 풀 수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파주의료원과 의정부의료원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런 의료원들은 좋은 사람이 가니까, 문제가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적자와 강성노조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같은 새누리당 소속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1%만이라도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의료원을 유지하겠다"며 서민들을 위한 공공의료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김문수 지사는 지난 2일 한양대 최고경영자과정 조찬모임에서 특강을 했는데, 참석자로부터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김 지사의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김 지사는 "경기도립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문조사가 도민의 1%만 나오면 나는 병원을 없애지 않겠다. 도립병원이 노숙자들 병고치고 어려운 사람들 고치는 역할도 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하루 전인 1일 홍 지사가 경남도 전체 직원 정례조회에서 "도민의 혈세를 강성 노조 배불리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폐업 결정했다"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공공의료 확충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홍준표 지사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홍 지사 스스로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진주의료원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박근혜 복지 공약 #김문수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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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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