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국회 본관 본회의장 계단 입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나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5일 오전 김용익 의원이 다시 국회 본관 정문 로텐더홀 계단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단식 이틀째다. 전날 밤 12시까지 자리를 지킨 뒤,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다시 나온 것이다.
오전 7시 10분경, 진영 장관이 국회 본관 정문으로 들어섰다. 이날 오전에 예정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진영 장관은 자리에 앉아있는 김 의원을 향해 "괜찮으십니까"라며 허리를 굽혀 두 손을 맞잡았다. 마침 김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민병두 민주당 의원 등이 동석했다.
진영 장관은 김 의원에게 "홍준표 지사한테 (폐업 철회) 권유를 많이 했는데, 홍 지사가 워낙 고집이 센 사람이어서 말을 잘 안 듣는다"면서 "저도 걱정"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보건의료를 총괄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다. 복지부가 강력하게 영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침에 어긋나게 일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다그쳤다. 진영 장관은 "알겠다"고만 답한 뒤, 당정협의회 참석을 위해 일어섰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당정협의회는 당초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박근혜 정부 복지 공약에 대한 논의를 위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 및 휴업 조치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조진래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참석하는 등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대책 논의가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정도 회의에 참석한 뒤, 외부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뜬 진영 장관은 국회를 나오면서 다시 김용익 의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김 의원은 거듭 "당정협의는 잘 했나, (문제 해결을) 잘해주셔야지, 잘못하면 큰일 난다"면서 진영 장관을 압박했다. 진영 장관은 국회를 나서면서 "홍준표 지사와 대화를 해봤느냐"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전화통화도 했고, 얘기도 많이 했는데... 잘 해봐야지요"라고 답했다.
이날 오후에는 홍준표 지사가 국회에서 경남도 지역 의원들과 당정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김 의원은 "경남도청 앞에 누워있는 장영달(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전 의원도 피해 다닌다는데, 홍 지사가 여기에 와서 나를 만나겠느냐"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다만 "좋은 계획과 좋은 사람이 있으면 공공병원 문제는 얼마든지 풀 수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파주의료원과 의정부의료원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런 의료원들은 좋은 사람이 가니까, 문제가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적자와 강성노조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같은 새누리당 소속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1%만이라도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의료원을 유지하겠다"며 서민들을 위한 공공의료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김문수 지사는 지난 2일 한양대 최고경영자과정 조찬모임에서 특강을 했는데, 참석자로부터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김 지사의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김 지사는 "경기도립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문조사가 도민의 1%만 나오면 나는 병원을 없애지 않겠다. 도립병원이 노숙자들 병고치고 어려운 사람들 고치는 역할도 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하루 전인 1일 홍 지사가 경남도 전체 직원 정례조회에서 "도민의 혈세를 강성 노조 배불리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폐업 결정했다"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공공의료 확충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홍준표 지사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홍 지사 스스로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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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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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근혜 정부 단식 첫 타자가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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