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등교하는 한국, 불안하다...
박근혜, 해결 못하면 지지도 끝없이 추락"

[현장] 도라산 CIQ에 온 해외 언론인들이 보는 한반도 상황

등록 2013.04.10 08:55수정 2013.04.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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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막 개성공단에서 돌아온 직원들이 탄 버스 주위에 국내외 취재진이 모여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막 개성공단에서 돌아온 직원들이 탄 버스 주위에 국내외 취재진이 모여 있다. ⓒ 권우성


중동의 분쟁지역을 주로 다녀 '전쟁 개시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미국 NBC의 리처드 엥겔 기자까지 입국했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를 취재하기 위해 들어온 해외 언론인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3일, 북한이 개성공단 출경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로 해외 언론인들은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 사태를 생중계하고 있다. 9일에는 통신사 < AP> <로이터>와 일본의 아사히TV, NHK, TBS, 중동의 알자지라, 미국의 CBS 등이 CIQ를 찾았다. 이들 중에서 미국과 일본, 홍콩, 대만 기자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한반도 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의 태도가 전보다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김양건 북한 대남담당 비서가 8일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곧, 북한이 북한 노동자들을 공단에서 철수시켰기 때문이다. 외신 기자들은 한국 내의 자국민들이 철수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지만 불안요소가 더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절 앞 군사적 긴장 없었다' 전례가 아무 도움 안 될 수도"

일본 최대 공영방송사인 NHK의 서울지국장인 츠카모토 소오이치(塚本壮一) 기자는 "예전보다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며 그 이유로 "8일 김양건 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통행금지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예상 외로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전부터 북한은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전 주석 생일)과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는 군사적인 긴장감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전례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그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도 그해 8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쏘는 등 남북관계가 긴장됐다"며 "당시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북한은 한국 정부가 교체되면 대북관계에 성실하게 대응하는지 그 의지를 시험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카토 아키코(高藤秋子) 일본 TBS 기자는 "독자적인 논리가 있겠지만 북한이 어디로 튈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된 그는 "한국 사람들은 남북 대결 상황에도 '그럴 수 있지' 하는 반응"이라며 "한 명의 외국인으로서는 이같은 사태가 걱정스럽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는 한국 사람도 마트에 가서 라면을 사재기해야 되지 않냐"며 "그전보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한국 사람도 그럴 필요를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를 출입하는 CBS의 마거릿 브레넌(Margarret Brennan) 기자는 처음으로 CIQ를 방문해 개성공단 사태를 취재했다. 그는 "미국은 많은 우려를 하고 있고, 만약 실제 충돌이 있게 되면 종군기자를 제외한 언론인들은 철수하게 될 것이다"라며 "하지만 김정은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내는 것은 큰 흥밋거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미국 매체의 보도를 보면 위협이 있을까봐 우려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걱정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개성가는 길 취재하는 외신기자들 8일 북한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북한노동자들을 모두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외신기자들이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도로를 취재하고 있다.

개성가는 길 취재하는 외신기자들 8일 북한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북한노동자들을 모두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외신기자들이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도로를 취재하고 있다. ⓒ 권우성


다음은 CIQ에서 만난 해외 언론인들의 발언 전문이다.


[츠카모토 소오이치(塚本壮一), NHK 서울지국장(경력 23년)]

"한국에 회사 둔 일본 기업들, 코리아 리스크 우려"

"예전보다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 8일,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통행금지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상외로 그게 아니었다. 이전부터 북한은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전 주석 생일)과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는 군사적인 긴장감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전례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미 군사훈련이 이번 달 말까지 계속되고, (그렇기 때문에) 태양절 전후로 안보 긴장을 풀지 예측할 수 없다.

외화벌이의 중요한 수단인 개성공단을 왜 중단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배경은 두 가지일 것이다. 먼저 대내적으로 김정은 북한 제1비서가 확실하게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이고, 대외적으로는 혹시나 대화 국면이 올 때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뭔가를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해결방안이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도 이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1998년 김대중 정권이 출범할 때에도 그 해 8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쏘는 등 남북관계가 긴장되기도 했다. 한국의 정권 출범 직후에는 북한도 과연 한국 정부가 대북관계에 대해 의지가 있는지 시험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박근혜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대북 군사 행동을 억제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 등과 함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일본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관심이 많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소식이 나오는 등 한반도 정세는 일본 안보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는 관광객 수가 줄거나 한국 주일 대사관 등에서 다른 움직임을 보인 바는 없다. 다만 한국에 공장이 있는 기업 중에는 코리아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다카토 아키코(高藤秋子), 일본 TBS 기자(경력 16년)]

"어디로 튈지 상상하기 어려운 북한...정상 등교하는 한국, 불안하다"

"김정은 체제가 아직 기반을 잡고 있지 못해서 내부적으로 권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것이다. 북한의 논리가 한국,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북한도 독자적인 논리가 있겠지만 어디로 튈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 온 지 2년 됐는데, 한국 사람을 보면 남북 대결 상황에 익숙한 것 같다. 항상 '그럴 수 있지' 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한 외국인으로서는 걱정스럽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 두 명이 있는데 학교는 여전히 정상 등교다. 불안하다. 이번에는 한국 사람들도 마트에 가서 라면, 물 사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전보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사람도 그럴 필요를 느낄 것 같다."

a 전면 가동중단된 개성공단에서 돌아오는 차량행렬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가득 실은 업체 차량들이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전면 가동중단된 개성공단에서 돌아오는 차량행렬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가득 실은 업체 차량들이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 권우성


[마거릿 브레넌(Margarret Brennan), 미국 CBS 기자(경력 11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왜 개성으로 가는 길이 막혔는지,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지, 장기화될 것인지, 또 북한이 뭘 원하려고 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미국은 많은 우려를 하고 있고, 만약 실제 충돌이 있게 되면 종군기자를 제외한 언론인들은 철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내는 것은 큰 흥밋거리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미국 매체의 보도를 보면 위협이 있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한국 사람들은 실제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기에 걱정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안젤라(Angela), 홍콩 피닉스TV 기자(경력 8년)]

"개성공단 사태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은 군사력이 강한 미국을 상대로 뭔가를 얻기 위한 수법 중의 하나다. 어쩌면 개성공단 사태가 남북대결 과정에서 대화를 열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을 시작으로 다시 남북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 언제 풀릴지 알기 어렵지만 태양절인 15일 전에는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겠나. 서로 무력 대결하는 국면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물론 홍콩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홍콩 매체들도 만날 남북한 문제를 보도를 하고 있다. 당연히 평화롭게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대화로 이번 사태가 풀릴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이 해결사처럼 남북한과 같이 대화하면서 풀어갈 수 있다."

a 개성공단 직원들 기다리는 국내외 취재진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온 개성공단 업체 직원들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이 차량출입구앞에서 대기중이다.

개성공단 직원들 기다리는 국내외 취재진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온 개성공단 업체 직원들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이 차량출입구앞에서 대기중이다. ⓒ 권우성


[쳉(Cheng), 대만 <중국시보> 기자(경력 3년)]

"박근혜, 이번 사태 해결 못하면 지지도 끝없이 추락할 것"

"개성공단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3일 전 한국에 왔다. 대만 국민들도 이웃한 한반도에 관심이 많다. 대만 정부는 아직 낙관하고 있다. 아무런 행동이 없다. 일단 지켜보는 입장이다.

북한은 김정은 제1비서 체제 이후, 내부 결속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태도에 따라 사태는 달라질 것이지만 남한이 강력하게 밀고 나가면 사태는 더 극단적으로 나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강경한 성향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중소기업을 고려해 적극 대응할 것인지 대화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일을 잘 풀어간다면 박 대통령 지지도가 올라 갈 것이고, 잘못하면 지지도가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 #해외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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