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툴로샤브로에서 신곰파로 출발
신한범
눈을 뜨니 새벽 5시입니다. 트레킹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숙면을 한 것 같습니다. 좋은 숙소와 적당한 음주 그리고 샤워까지 모든 조건이 좋은 덕분이겠지요. 물론 매일 밤 불청객으로 찾아오는 '꿈'은 어젯밤에도 다녀갔습니다. 저는 오는 손님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없기에 그저 보고만 있었습니다. 꿈은 의식의 반영이라는데 세상의 어떤 인연이 저와 얽매여 있는지 저 자신도 궁금합니다.
세상에서는 산을 그리워 하지만 산에서는 세상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바쁜 일상에서는 히말라야에서 걷던 걸음이 그리웠지만 히말라야에서는 사람들과의 일상과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그립습니다. 매일 밤의 꿈은 제가 세상을 얼마나 벗어나지 못하는가를 보여주는 증표겠지요.
숙면과는 달리 아침 식사를 끝내고 출발 준비를 하니 머리가 아프면서 기침과 콧물이 나옵니다. 고소 증세가 온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갑자기 목이 잠겨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감기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콧물과 목 외에는 이상이 없어 걷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젯밤 과음과 샤워가 영향을 미친 것 같네요. 지나고서야 후회하는 어리석음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