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
김동환
"'북한 리스크'도 한두 번 해야 약발이 받지. 탄도 미사일 발사대 올렸다던데, 오늘 주가 봐봐. 내렸어 올랐어?"11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 오늘 자신이 거래한 내용을 복기하고 있던 김아무개씨는 기자가 '지금은 주식 살 때'라는 자신의 말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종합주가(코스피)지수가 표시된 대형 전광판을 가리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4.22P(0.73%) 오른 1949.80에 마감됐다. 이달 초 대북 리스크(위험)로 1920선 아래로 떨어진 이래 나흘째 상승세다. 투자자들과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한풀 꺾인 북한발 위기론과 엔저 현상을 이유로 꼽았다.
"북한이야 항상... 저러다 말겠지" 이날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외국인의 매수세였다. 북한 리스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일부터 5거래일 동안 약 1조8500억 원의 주식을 매도했던 외국인은 10일에 이어 이날도 순매수로 돌아서며 2534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으로 하락하던 지수 역시 외국인 매수 증가와 함께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수의 이유로는 북한 리스크 완화와 아시아 증시 동반 상승, 저가매수세 유입이 꼽혔다. 4월 들어 아시아 증시가 동반 상승할 때 한국은 북한 리스크 때문에 '왕따'를 당했지만 위험이 옅어지자 '싼 맛'에 외국인들이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날 객장에서 만난 조아무개씨는 "좀 더 빠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회복됐다"며 "지금 국내 주식 가격이 워낙 싸니까 북한 위협이 별 거 없다는 걸 안 외국인들이 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증시에는 되레 '불확실성 해소'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10여억 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만 '북한이야 항상 그랬으니까, 저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에 며칠 전 급락에도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객장에 있던 박아무개씨 역시 같은 의견을 토로했다. 북한의 도발이 증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대체로 단기에 그치고 시장에도 내성이 쌓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아주 큰 악재로 작용하지도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씨는 "언론에서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증시가 내려가는 것으로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실제 투자해 보면 느껴지는 것은 북한보다는 일본의 양적 완화로 인한 엔저 현상의 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는 북한이 강경발언을 하기 전부터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북한보다는 엔화 약세가 더 큰 위험 요소"증권업계 전문가들 역시 현재 시점에서는 북한 위협보다는 엔저 현상을 국내 증시의 핵심 위험요소로 꼽았다. 북한이 준비해놓은 미사일을 발사한다 한들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수출 비중이 큰 한국에는 일본의 엔저 현상이 더욱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악재도 쌓이다 보면 내성이 생기는데 지금이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지금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많아서 어떤 게 하락을 이끄는 요소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지금은 엔저 현상이 65%, 북한 리스크가 30% 정도 차지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위협이라기보다는 추가적인 협상을 위한 수단이라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위험이 완화되는 측면이 크다"며 "현재는 북한 리스크보다는 엔화 약세가 더 큰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큰 이유가 없이도 7~8%가 출렁이는 게 증시인데 4월 초 북한 리스크로 증시가 급락했을 때도 가장 많이 하락한 폭은 5% 정도"라면서 "지금은 2~3%까지 회복했고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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