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반구대 암각화 살릴 수 있을까

[주장]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매몰되고 훼손된 문화유산 살리자

등록 2013.04.13 17:39수정 2013.04.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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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를 살리자는 여론이 높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를 살리자는 여론이 높다시사울산 자료사진

지난 4월 11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에는 중앙언론사 기자 수십 명이 와서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훼손되고 있는 세계적 선사시대 문화유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알려진 것과 같이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되기 전에 하류에 사연댐이 생기면서 1년 중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고, 이후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다.


댐 수위를 낮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려는 문화재청은 물부족을 이유로 댐 수위 조절안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울산시의 강한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이날 취재단에게 현장을 공개하며 여론에 호소하려 했다. 하지만 박맹우 울산시장이 이날 돌연 현장을 찾아 반대 입장을 열변하면서 문화재청의 의도가 일부 빗나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반구대암각화 보전은 다시 원점을 맴돌게 됐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반구대 암각화 살리기 의지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기간 반구대 암각화 문화유산 등재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고, 과거 부친이 추진한 산업개발로 이 지역 문화유산들이 상당수 매몰되거나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반구대 암각화를 살리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자해지와 맞물려 있다.

경제개발 5개년에 매몰된 문화유산...결자해지로 풀어야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가 10만명도 채 되지 않은 조용한 농어촌이었던 울산은 반구대 암각화는 물론 신라시대 왕들이 종종 나들이 왔다는 대왕암 등 보기 힘든 소중한 문화유산 명소들이 즐비했었다.

1961년 5·16 쿠테타에 성공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2년 1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그해 2월 3일 울산공업지구 설정 및 기공식을 열었다. 울산 남구 매암동 납도마을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당시 국가재건회의 박정희 의장은 "대한민국 정부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천함에 있어서 종합제철공장, 비료공장, 정유공장 및 기타 연관 산업을 건설하기 위해 울산읍, 방어진읍 등지를 공업지구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이후 울산에는 석유화학 단지를 비롯해 조선, 자동차 등 핵심 기간산업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고, 동구 일산동 바닷가(당시 방어진읍)는 박 의장의 말대로 조선산업 부지가 됐다. 1972년 3월 조선소 기공식을 한 울산 동구 일산동에는 현재 세계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들어서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구사범 동기이면서 울산 동구 출신인 김병희(99) 박사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 회장과 조선소 입지를 물색하다 동구 일산동 바닷가가 전국 해안가 중 조선조 입지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곳은 사시사철 기온변화가 가장 적은 데다 수심은 깊어 배를 만들고 띄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 울산의 산업화 과정에 비중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 김병희 박사는 이후 동구 일산동이 변모하는 과정을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처럼 울산 동구 일산동 바닷가 일대 628만㎡ 광대한 부지에는 조선 뿐 아니라 플랜트, 선박엔진 등 대규모 공장이 들어섰다. 조선소는 승승장구 했고 그 여파로 현재 이 지역은 전국 최고의 GRDP(지역내 총생산)을 자랑하게 됐다.

하지만 반대가 따랐다. 바닷가에 있던 수많은 아름다운 문화유적들이 선착장이나 공장 부지로 매몰되고 자취를 감춘 것. 현재 대왕암(문무대왕(비)의 수중릉 전설이 깃든 곳)  등 일부 화강암군만이 남아 문화재청에 의해 명승으로 지정 예고되어 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조선소가 생기기전 울산 동구 일산동 바닷가에 있던 고물늘방. 약수터인 이곳은 단오날 목욕을 하거나 주민들이 야유회를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현대중공업이 들어서 매몰됐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조선소가 생기기전 울산 동구 일산동 바닷가에 있던 고물늘방. 약수터인 이곳은 단오날 목욕을 하거나 주민들이 야유회를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현대중공업이 들어서 매몰됐다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이처럼 매몰된 아름다운 문화유적들은 지난 2009년 동구 일산동주민센터가 대왕암을 연구하는 동구향토사연구회와 함께 진행한 '일산동, 그 어제와 오늘' 사진전에서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사진들로 입증되기도 했다.

현재 울산 동구 일산동은 인구 9000여명 중 토박이는 3000여명이며, 나머지는 타 도시에서 이주해온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소득을 자랑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정일호 대왕암연구소 소장은 "만일 이 지역에 조선소가 건설되지 않았으며 지금쯤 관광단지가 돼 그 수입으로 지역주민들이 부유해 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도 그 연장선에 있다. 훼손의 원인이 된 댐도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것.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산에서 공업지구 선포를 한 후 속속 들어서는 산업단지와 늘어나는 인구에 물을 공급하기을 위해 1965년 반구대 암각화 하류에 사연댐을 건설한 것이다.

결국 6년 뒤 문명대 동국대 교수에 의해 반구대암각화가 발견됐지만 이미 1년 중 절반 이상은 물에 잠겨 있었다. 지난 11일 중앙취재진과 함께 현장에 온 문명대 교수는 그 당시의 상황을 토로하고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반구대 암각화도 산업화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반구대 암각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고 한다. 특히 최근 그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반구대 암각화만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그가 결자해지를 통해 반구대 암각화를 살릴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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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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