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문학 사랑을 보여주는 공간 잔아문학박물관.
스튜디어 다홍
- 가난 때문에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지 못했다. 그럼에도 종교인의 태도로 문학에 매달렸다. 당시 읽은 책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있는지."하이네의 시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이 떠오른다. 유년시절의 나는 죽음의식에 매달렸다. 허무의식도 강했다. '인류의 역사가 몇 백만 년이 되었다고 해도 인간에겐 다시 태어난다는 희망이 있다. 내가 죽으면 언제 다시 태어날까'라는 다소 허황된 생각들을 했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늘상 그렇다. 밤낮 그런 고민을 했다. 죽음과 영혼, 불멸과 부활 등의 단어가 나를 사로잡았다. 나무꾼 아버지와는 하늘과 별 등의 낭만적인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가난했지만, 아버지는 내게 꿈을 심어줬다. 윤회사상도 모르면서도 윤회를 생각했고, 내가 죽더라도 '질량 불변의 법칙'에 의해 세상 어딘가에 또 다른 존재로 내가 머물 것이라 믿었다.
소설가 이문열을 만났을 때 그가 말한 생사관이 나와 너무도 유사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먼지와 같은 무언가가 우주공간에 존재한고, 그것이 어떤 작용에 의해 형상이 되며, 형상이 되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
뒤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다닐 때 젊은 교수, 시인, 평론가들과 현대문학그룹이라는 소모임을 했다. 그들은 학습을 통해 체계화된 문학과 삶의 이론을 세우고 있었지만, 나는 그걸 체험을 통해 알았다. 그 경험을 존중해서인지 늙은이의 말이지만, 그 친구들이 내 의견에 귀를 세우곤 했던 것 같다.
-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어떤 삶을 살았나. 형편상 대학엔 못 갔을 것 같다."고등학교를 마치고 군대에 갔다. 군대까지 마쳐야 제대로 된 사회인이 돼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시절이었다. 사실,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는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부모를 무시해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릴 땐 부모의 가난과 무능력이 문학에 대한 내 꿈을 가로막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부모를 잘 모시고 싶었다.
고교 졸업 후 공군에 입대했다. 훈련을 마쳤을 때 다른 훈련병들의 부모는 다 면회를 왔는데, 내겐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부친의 친구만이 찾아와 '네 아버지는 마곡사 불목하니로 가고, 너희 엄마는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등병 계급장을 달고 당시 공군참모총장이던 김구의 아들 김신 장군을 찾아갔다. 고맙게도 내 딱한 사정을 들어줬고, 군종감에게 지시해 나를 제대시켜줬다. 내 부모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국민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부모님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 패기를 높이 샀던 것 같다. 병역법상 안 되는 게 명약관화한 데도 제대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작대기 하나의 졸병이 별을 서너 개나 단 장군을 찾아가 제 할 말을 다 했으니.
생각해보면 가난 때문에 서러운 젊은 날이었다. 제대 후 부산으로 가서 외판원 생활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래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부모님을 모시기가 힘들었다. 열패감에 죽어버리려고 태종대에 갔다. 그러나 죽지 못했다. 부모님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 내겐 죽을 자유조차 없었다.
앙드레 지드가 그랬나? '네겐 죽을 자유도 없다'고. 마음을 바꾸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경찰 모집 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했다. 문학을 향한 꿈이 있으니까 경찰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험을 볼 때 일화 하나가 생각난다.
경찰 신체검사에 합격하려면 몸무게가 55kg이 넘어야 했다. 그런데 영양실조 등으로 내 몸무게는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검사관이 그게 딱했던지 '나가서 물을 마시고 오라'고 배려했다. 한꺼번에 0.8kg만큼의 물을 먹고 기절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1960년대 초반 경찰이 됐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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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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