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통의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국민행복기금 심판 및 국민감시단 활동 기자회견에서 김득의 금융정책연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동환
"저희들은 이 사업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처럼 '금융권식 4대강 사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금융권 퍼주기'. 마이크를 잡은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부채탕감 사업인 '국민행복기금'을 이같이 표현했다. 본격적인 출범을 1주일 남겨놓은 이 사업이 채무자보다는 채권자인 은행권에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15일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공동으로 국민 감시단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서민금융보호전국네트워크 등 10여 개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행복기금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국민행복기금 채무 탕감 기준 현실성 없어"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채무 불이행자의 신용회복을 돕고 서민들의 과도한 채무를 덜어준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애초 공약에서는 322만 명 규모로 거론됐지만 실제 지난달 출범하면서는 32만 명 수준으로 재조정됐다.
지원 대상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현재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156만 4000가구 중 금융대출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는 전체의 80% 정도인 123만 4000여 가구. 32만 명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박 대통령이 선거에 유리한 공약을 발표하더니 당선 후에는 공약의 껍데기만 추진하고 있다"면서 "채무조정이 시급한 이 사람들의 금융 채무를 줄여줌으로써 실질 생활이 가능하게 할 것을 기대했는데 희망이 끝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제 대표는 "올해 2월 말 현재 1억 원 이내 채무를 가진 6개월 이상 연체자만을 구제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부분적(30%)으로 채무를 탕감해주는 기준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6개월 이상 연체자의 경우 장기간 채권 추심에 노출되어 심리적인 자활 동기가 대단히 낮다는 것이다.
그는 "1억 원 이내 채무로 한정한 것도 문제"라면서 "자영업 가구의 평균 금융대출 잔액은 1억 6934만 원인데 골목 시장 붕괴로 빚더미에 앉은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는 높은 채무 탕감 비율을 꼬집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의 조정을 받는 채무자는 원금의 30%는 갚아야 하는데 이는 원금의 10%만 갚아도 되는 신용회복위원회 기준에 비해 되레 높다는 것이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월 32만 원의 기초생활 지원금을 받는 68세 김 모 노인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카드빚이 2000만 원 있었는데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월 8만 4000원을 2년 동안 내라고 했어요. 지금도 32만 원 중에 방값으로 21만 원 내고 2만 6000원으로 한 달 식생활을 해결하는 상황인데 국민행복기금에서 얘기하는 대로 한다면 수급자들 운명은 더욱 악화되지요."금융 취약자인 20대 대학생들이 거의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대학 학자금 연체자는 약 11만 명 수준. 그 중 5만 명이 신용불량자에 해당하지만 국민행복기금에는 6개월 이상 연체자 2000명에 한해서만 지원 의향을 밝혔다. 사실상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 대학생 연합의 김성은씨는 "취업난 때문에 쉽지않은 사정에서도 아르바이트 하면서 어떻게든 이자 납부날짜 넘기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연체없이 살았는데 되레 그 때문에 국민행복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면서 "6개월 연체자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기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회장이 기금 이사장... "금융권 이해 대변할 것"이날 모인 시민단체들은 이런 불합리한 조건들을 들어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을 지키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공약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채무자 재활보다는 은행이나 금융회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으로 정책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국민행복기금 구제는 기금이 금융권에서 부실채권을 싸게 매입해 채무자에게 빚 일부를 탕감해주고 갚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부실채권 매입 과정에서 금융권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제 대표는 "기금 측에서는 부실채권을 매입 대금의 일부만 현금 지급하고 차액은 후순위 채권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는 사후 정산 방식으로 금융권에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이라 채무 조정이 보수적으로 이뤄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금이 채무자의 새출발 지원보다는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를 강조하는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민행복기금의 이사장으로 박병한 은행연합회 회장을 내정한 것도 문제로 꼽혔다. 제 대표는 "국민행복기금은 국가가 추진하는 공적 채무조정 기관이고 은행연합회는 사적 기업 협의체인데 어떻게 두 기관의 장을 겸직할 수 있느냐"면서 "국민행복기금이 '은행행복기금'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인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점들을 지적하며 ▲박병한 이사장 교체 ▲채무자 대표, 납세자 대표의 이사 참여 ▲원 공약 내용 이행 ▲구제 대상에 담보 채권 포함 ▲법원의 파산 및 개인 회생제도 연계 ▲중도탈락자 2차 채무조정 가능하도록 정책 설계 등의 사항을 요구했다.
또한 국민행복기금의 올바른 운영 및 지속적인 평가와 대안 제시를 위해 오는 22일 국민행복기금 국민 감시단을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이 사업이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으로 발굴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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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 금융의 '4대강사업'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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