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일감몰아주기 압박에 결국 재계 첫 항복?

일감몰아주기 비판받아온 현대차, 6000억원 규모 내부거래 중소기업에 푼다

등록 2013.04.17 22:09수정 2013.04.1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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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대기아차 그룹 본사

현대기아차 그룹 본사


현대자동차그룹이 앞으로 내부 계열사끼리 거래를 크게 줄인다.  또 그룹내 게열사들이 발주하는 물량도 경쟁입찰로 전환된다. 일부 물량에 대해선 중소기업에 직접 맡기기로 했다. 올해만 그룹내 광고와 물류분야에서만 6000억원 규모의 물량이 중소기업 등에 돌아간다.

현대차그룹이 17일 내놓은 그룹 내부거래 축소는 전격적이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정치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재벌의 첫 반응이었다. 재계 일부에선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조치에 앞서 사실상 재벌의 첫 항복선언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현대차의 일감몰아주기 해소 대책이 삼성 등 다른 재벌로 확산될지도 관심거리다.

일감몰아주기 비판받았던 글로비스와 이노션에서 6000억원 물량 내놔

현대차가 이날 발표한 내부 계열사 축소 분야는 우선 광고와 물류쪽이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은 글로비스와 이노션이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현대차의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비판을 받아왔다.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돼 있다. 이노션 역시 정몽구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대차는 물류분야에서 4800억원 상당의 물량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올해 그룹 국내 물류 발주예상 금액의 45%에 해당한다. 광고쪽에서도 1200억원 상당의 물량도 경쟁입찰로 바뀐다. 올해 그룹내 광고 발주 물량의 65%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과 계열사 기업의 광고 제작과 제품 광고 등 수의계약을 해왔던 것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류쪽에서 새롭게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해선 물류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라며 "중소 물류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물류산업진흥재단도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주요 계열사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경쟁입찰심사위원회도 설치한다. 회사쪽은 물류와 광고 분야에서만 6000억원 규모의 물량이 중소기업 등에 배정될 경우 새로운 사업 기회를 통한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광고와 물류 분야를 시작으로 앞으로 건설과 시스템통합(SI) 분야까지 내부거래 축소를 확대해 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가 보다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에 앞서 재계 첫 항복선언?


현대차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재계쪽에선 박근헤식 경제민주화 조치에 앞선 첫 항복 선언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10대그룹의 한 고위인사는 "삼성에 이은 재계2위 재벌인 현대차의 내부 일감 해소 대책은 사실상 정부에 대한 첫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그룹 편법 경영 승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던 곳"이라며 "정치권에서 대대적인 제재의 칼을 들이대기 전에 기업에서 선제 대응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국내 30대 재벌의 상당수가 2, 3세로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방식을 사용해왔다"면서 "현대차의 이번 조치는 향후 다른 대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차의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현대차의 자율적인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제도적인 규제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현대차그룹이 스스로 계열사 내부거래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나선 것은 경제민주화 흐름에 부합한다, 다른 재벌그룹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일감몰아주기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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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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