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포구 전경, 우럭조개가 바구니에 가득하다.
김종길
말발굽모양의 포구를 한 바퀴 빙 둘러보고 짧지만, 강렬한 벚꽃 가로수길을 걸어 바다처럼 탁 트인 바깥 강의 포구로 나갔다. 강을 따라서 횟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잘 정리된 나무 데크와 긴 벤치가 중간 중간 설치돼 있었다.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다. 강은 바람에 새파랗게 질렸고 멀리 시린 하늘을 뚫고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광양제철소다. 바다 같은 섬진강과 호수 같은 광양만이 남해로 흘러가는 망덕포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있는 기수지역이다. 전어, 장어, 백합, 벚굴, 재첩이 유명해 사시사철 바다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3개의 도를 굽이굽이 돌아 550리 물길을 내달린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이곳의 풍성한 어장은 전어철에 절정을 이룬다. 전어철인 가을이 되면 두 척의 배가 한 선단으로 짝을 맞춰 바다로 나가 전어를 잡는다. 지금은 금호도와 태인도를 막아 광양제철소가 들어섰지만 예전엔 이곳 망덕포구를 중심으로 겨울철 김 양식과 가을철 전어잡이가 흥흥했다.
전어잡이 배를 띄우고 만선의 기쁨을, 구성지고 흥겨운 가락의 전어잡이 노래를 불러 흥을 돋았다. 지금까지도 전어잡이소리보존회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정작 노래가 전승되고 있는 곳은 이곳이 아니라 경남 사천 마도의 갈방아소리와, 이곳에서 섬진강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있는 진월면 신아리 신답마을의 진(느린)가래소리와 농악인 풍장소리가 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