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기사. 국정원의 선거개입 혐의를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뉴욕타임스>, 국정원의 선거개입 혐의 보도해18일(현지시각), 미국언론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국정원이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머릿글에서부터 최소한 두 명 이상의 국정원 직원이 선거개입 사건에 연루되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월 1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 시작된 사건의 정황들을 꼼꼼하게 나열하였다. 민주당의 고발로 29세의 국정원 직원이 댓글공작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되어 해당 오피스텔에 찾아간 초기 상황, 국정원 직원의 셀프감금,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의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 발언과 선거 직전에 '증거 없음'을 발표한 경찰의 당시 발언까지.
그리고 최근의 수사결과로 국정원 직원의 16개 아이디와 상대 후보측에 대한 수많은 비난댓글이 발견되었음을 기사는 지적하고 있다. 또한 혐의가 확인된 국정원 직원을 비롯하여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국정원 직원이 아니나 온라인 공작을 도운 제 3의 인물에 대한 부분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서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도 적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국정원이 반체제 인사를 고문하던 박정희 시절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표현했다. 기사에서 인용된 것처럼, 그 뒤로 국정원은 수차례 이름을 바꾸며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국민들에게 맹세했다. 이번 수사결과로 인해 말 뿐인 약속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외신에 보도... '국격' 추락하는 소리가 들린다국정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개입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의 아시아 섹션에서도 해당 사건이 기사화된 것을 보면, 이는 대한민국 국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의 상대세력을 비난하는 댓글을 올린 국정원 직원이 발각되었다. 논란이 되자 국정원 측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댓글 작성시간이 업무시간에 집중적이었던 것이 밝혀지자, "온라인 대북 심리전이 통상업무"라며 말을 바꾸었다. 추가 가담 인물이 드러나고 해당 댓글들이 북한과는 관계없이 한국의 야권 정치인을 비방하는 내용임이 드러난 뒤, 이번에는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국가기관이 정치, 그것도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을 저질렀음에도 과연 이를 '특정한 목적없이' 이루어졌다 할 수 있을까? 불법·편법을 동원하여 선거를 방해하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과거 이승만과 박정희가 저질렀던 부정선거의 아픈 역사는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사건들이다. 그렇기에 이번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은 국민들에게 있어 아물지 않은 상처를 또 한번 건드린 것과도 같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박근혜 당시 후보가 백만의 득표 차이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적었지만, 이번 사건은 선거결과를 떠나서 대한민국의 위신을 대외적으로 추락시킬 수 있다. 국가기관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특정인물과 세력에게 충성하려는 태도는 21세기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에도 "한국은 인터넷 검열국가"라고 보도하면서,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이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의 이야기입니다"라고 덧붙였던 적이 있다. 이번에 보도된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을 접한 미국인들은 과연 기사 속의 한국이 북한인지 아닌지 헷갈릴까, 아니면 이제는 어디든 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까?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국격을 말할 때에는 경제력 뿐만 아니라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헌법의 가치가 지닌 중요성도 헤아려주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