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모 작가와 조성봉 감독. 조 감독은 르포를 김 작가는 만화로 강정마을의 장기 투쟁을 생생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강민수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김홍모 작가와 조성봉 감독은 18일 오후 7시 경기도 평택시에 자리 잡은 심리치유센터 '와락'에서 첫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 모두 까무잡잡한 얼굴에 코와 턱에 난 수염에서 반골의 기풍이 느껴졌다. '와락'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상담을 맡아온 곳이다.
서울과 경기도 안양, 고양을 비롯해 울산, 경북 구미 등 전국에서 사람들도 '와락'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르포·만화작가들. 예외로 정리해고 노동자와 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도 있다. 모두 16명이다.
이들이 '와락'에 '집결'한 이유는 '섬섬 프로젝트'의 첫발을 떼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는 '섬과 섬을 잇다'는 모티브로 시작됐다. '섬'이란 쌍용차 평택 공장 앞 철탑 위의 해고노동자와 밀양의 산속에서 농성중인 할머니들과 그리고 '콜트·콜텍'의 기타 노동자와 강정마을을 지키는 주민 등 전국 곳곳에서 장기 투쟁 중인 이들을 뜻한다. 프로젝트는 이들이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둔다.
이들은 제주 강정마을을 비롯해 밀양송전탑·쌍용자동차·재능교육·전북고속·코오롱·'콜트·콜텍'·현대차 비정규직 사업장을 생생하게 담아내게 된다. 여덟 곳의 현장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 오는 11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여러 장기 투쟁사업장의 기록이 하나로 묶여 책으로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포와 만화로 동시에 현장을 기록한다. 김홍모 작가와 조성모 감독이 한 팀이 이뤄 제주 강정마을 맡은 것처럼 하나의 현장에 르포, 만화 작가 1명씩 2명이 짝을 이루는 것이다. 르포는 심층취재를 바탕으로 전체 이야기를 담고 만화는 한 인물을 통해 장기 투쟁의 생생한 모습을 그려낸다.
정리해고 노동자인 이창근 전국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이번 작업을 통해 고고학자가 흙 속에서 붓질을 해가며 수천 년 된 뼈를 찾듯이, 희미하게 연결된 연대의 끈들을 하나씩 찾아가겠다"며 "오랜 투쟁으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프로젝트 배경을 설명했다.
잇따른 연대로 이어진 프로젝트..."장기 투쟁사업장에 큰 힘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