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술동의서는 제대로 작동했을 때는 환자와 의사 모두를 보호해주는 제도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의사들의 면피용이 될 수도 있다.
최남미
권용진 서울북부시립병원 원장은 "수술을 집도한 담당교수는 자궁근종이 너무 잘 알려진 병이라서 주치의(레지던트 3년차)가 제대로 설명했고 환자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설사 환자가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술 이후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반드시 고지했어야 했다"면서 "아무리 고장 난 장기라도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임의대로 제거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담당교수 환자상태 인지 못한 듯해 보여
담당교수의 행동 중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최씨가 자궁을 들어낸 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진료에 임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생리가 없다고 말하는 환자에게 "곧 생리가 있을 것이다. 정 걱정된다면 초음파를 찍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고 말했고, 초음파 검사 후에서야 "자궁을 절제했군요"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담당교수는 "난소를 보려고 초음파를 찍은 것이지 자궁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수술동의서에 사인이 되어 있기 때문에 설명의무로 접근하면 불리한 싸움이다. 정황상 담당교수는 환자의 자궁이 적출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담당교수가 수술을 직접 집도하지 않아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는 담당교수가 직접 수술을 집도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병원에서는 전공의가 기피하는 흉부외과 등의 의사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술하는 간호사' 일명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고용해 수술에 참여시키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PA간호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수는 '의사의 고유권한 침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작년 일부 병원을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남미씨에게 동의서를 받은 사람은 간호사복이 아닌 의사 가운을 입은 간호사였고, 정황상 'PA간호사'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PA간호사'는 최남미씨의 수술동의서 설명뿐만 아니라 수술에도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PA간호사'의 수술참여 정도(집도의의 수술을 단순히 보조만 했는지 아니면 독자적인 수술행위를 했는지)와 집도의인 담당교수가 직접 수술에 참여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