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관석 대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남소연
민주통합당이 이번엔 '대선자금 검증보고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친노(친노무현)·주류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선패배 책임 정도를 수치화한 당 대선평가위원회의 대선평가보고서는 팩트(Fact) 논란은 물론, '대선 협력도 조사' 은폐·누락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지난 2월 발족한 당 '대선자금 검증단(단장 문병호 의원)'이 지난 22일 보고한 '대선자금 검증보고서'도 이와 비슷한 당내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대선자금 검증단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선거비용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광고·유세차 등 업체선정에 있어서도 객관성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당시 선거비용 및 업체선정 등을 담당했던 당내 인사들은 "팩트도 다 틀린 보고서"라며 "당시 책임라인에 있던 사람들의 얘기도 듣지 않았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4일 예정된 비상대책위원회의 때도 '대선자금 검증보고서'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문병호 "대선 선거비용 방만하게 집행된 측면 있다"검증단장인 문병호 의원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대선 당시) 선거비용이 방만하게 집행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당이 비용을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로부터 보전을 받아 지급하기 때문에 금액을 정함에 있어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선거캠프의 방만한 운영과 안이한 집행은 세금낭비와 직결된다"고 비판했다.
또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의거하여 업무를 집행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는 업체 선정 등이 늦어지면서 조기에 만족할 만한 납품을 받지 못했다", "업체선정 심사기준과 배점표 같은 세부사항을 미리 정하여 심사할 때 심사위원의 자의성을 낮추고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등 몇 가지 제도개선 권고 사항을 밝혔다.
보고서의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의 선거비용 집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인 셈이다.
실제로 이날 <조선일보>는 대선 당시 TV·신문광고 대행업체 선정과정을 주도한 선대위 고문 C씨가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고교 선배였고 관련 업체 선정을 뚜렷한 심사기준이나 평가표 없이 부실하게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광고대행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은 영세 하도급업체였지만 선대위 특정 인사의 지시로 뒤늦게 입찰에 포함됐고 부실한 자료제출에도 선정됐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 문 의원은 "(해당 내용은) 보고서 일부의 내용만 발취해서 그렇게 쓴 것"이라며 "검증단의 결론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대선 당시의 심사서류나 회의자료가 없고 청문인 의견진술이 불일치하거나 진술거부 등으로 대선자금 검증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업체 선정 과정이 부실하게 됐다, 업체선정에 있어 투명한 매뉴얼이 있어야 하고 심사단에도 전문가나 객관적인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됐다"면서 대선 캠프의 선거비용 집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태도를 계속 견지했다.
문 의원은 또 "선정과정에 있어 객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하지만 기준이나 매뉴얼, 과거의 경험들이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됐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면서 "특정계파나 후보에 대해 비난하거나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선거비용 집행 책임자들 조사도 않고 왜곡된 사실만 발표해"그러나 대선 당시 선거비용 집행 및 업체선정 과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은 "사실이 왜곡된 보고서"란 입장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소통1본부장을 맡았던 조정식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증단이 어떻게 조사했는지는 몰라도 선거 당시 홍보 및 유세 관련 업체를 선정했던 소통본부, 총무본부 등에서 일한 책임 있는 사람, 지휘라인과 아무런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며 "팩트가 다 틀리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는 24일 열리는 비상대책위 회의 때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짚을 예정"이라며 "오늘 아침 관련 보도를 보고 엉뚱하다고 생각했다,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모든 업체 선정 당시 소통본부·총무본부, 그리고 기획본부 관계자 등 10여 명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해 업체들에게 공식적인 프리젠테이션을 다 받았고 각자 채점을 해서 모아서 결정했다"며 "영세하도급 업체라고 한 인터넷광고대행사의 경우, 인터넷 광고업체 중 매출 1위 업체로 전문성과 안정성 모두를 고려해 선정했다, 완전히 보고서 내용이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5·4 전당대회를 불과 11일 앞둔 지금, 검증단의 보고서가 유출된 것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선거비용 집행 등을 담당한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우원식 의원은 현재 5·4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상황이다. 한 당내 관계자는 "지금 이 시점에 사실관계가 왜곡된 보고서가 유출된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더군다나,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회의 당시 보고서의 사실 관계에 의문을 표하며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문병호 단장이 비대위 보고 당시 보고서를 요약해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지금 시점에 공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비대위 회의 결론은 해당 보고서를 '내부회람용'으로만 하고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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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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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 앓는 민주당, '대선자금 검증'도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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