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에 도착한 N37번 버스정면모습.N37번 심야버스가 송파차고지에 도착하자 버스운전기사가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뛰어가고 있다.
박채린
차가운 밤공기가 더 무거워진 오전 2시. N37번 버스는 가락시장을 지나 수서역 앞에 섰다. 검정색 등산용 자켓을 입은 40~50대 남성 6명이 우르르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이 쌀쌀하다고 느낀 듯 윗옷에 달린 모자를 덮어쓰거나 옷깃을 세워 목 끝부분까지 지퍼를 올렸다. 이들은 '콜'을 받고 손님이 있는 곳으로 가는 대리기사들이었다.
논현역으로 간다는 김기현(57)씨는 평소 대리운전기사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무허가 셔틀버스를 한 번에 1000원에서 4000원까지 주고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밤새 버는 돈에 비해 교통비가 많이 나가는 편이라 부담이 됐는데 심야버스가 생겨 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오른 셈인 대리기사들은 심야버스 노선과 배차시간 등을 화제로 삼았다.
"아직 상계동으로는 가는 버스는 없지?""이거 하루에 몇 번 운행 하는 거야?""셔틀버스는 타격 좀 받겠는데?" "노선 확대되면 야간 택시기사들에겐 타격"심야버스의 또 다른 노선인 N26번 버스 안. 홍대부근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정기홍(38)씨는 "식재료 준비 등을 위해 이른 새벽녘에 가게에 가는 경우가 많다"며 심야버스 운행을 반겼다. 장사가 안 될 때는 대리기사 일도 함께 한다는 정씨는 심야버스가 자신과 같은 서민들의 발이 돼주길 기대했다.
오전 3시 반. N26번 버스주변에는 여러 대의 택시들이 달라붙어 함께 주행했다. 정지신호에 버스가 멈추면 손님을 찾지 못해 불을 밝힌 택시들에 둘러싸이기도 했다. 홍대입구역과 합정역을 지나자 버스에는 기사와 시험운행 상황을 점검하러 나온 서울시 버스정책과 공무원 그리고 기자만 남았다. 백미러로 승객좌석을 훑어보던 운전기사가 기자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약 3시간 40분의 왕복운행을 마친 뒤 강서차고지로 돌아온 50대 후반의 N26번 버스기사 ㄴ씨는 시동을 끈 후 차 안에 쓰레기가 버려졌는지 등을 둘러보고는 요금통을 사무실에 갖다놨다. 야간운행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심야버스 운행만을 전업으로 하는 조건으로 채용이 됐다는 ㄴ씨는 "서울시민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야운전기사는 하루 4시간 정도 일한다. 3일 근무 후 하루 쉬고 다시 3일 일하는 시스템이다. 야간수당을 쳐서 일반기사의 기본시급 8308원의 1.5배를 기본급으로 받고 주휴수당·무사고수당 등 각종수당이 더해져 연봉은 2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