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된 안철수, 비정규직 문제 풀 수 있을까?

[진단] 안철수 국회 입성이 노동계에 미칠 영향

등록 2013.04.25 15:02수정 2013.04.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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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선 기간인 2012년 10월 25일 오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고공농성장을 찾아 철탑위 최병승씨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대선 기간인 2012년 10월 25일 오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고공농성장을 찾아 철탑위 최병승씨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안철수 당선자는 산적한 노동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최근 잇딴 자살과 분신으로 우리 사회의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에 어떤 해답을 내놓을 것인가.

안 당선자는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직접 현대차 울산공장 앞 비정규직노조 철탑농성장을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임을 약속했었다. 국회 입성에 따른 그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가는 이유다.

국회의원 안철수의 노동관은 과연 뭘까?

사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지난해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에 그다지 큰 반향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가 살아왔던 삶이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진보적 성향의 노동계 정서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7년 IMF 이후 급속히 양산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도 상대적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들이 안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기존 정치권이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에 소홀했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진보정당과 진보정치인들의 힘이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차에 대선을 맞아 불어닥친 안철수 바람은 비정규직들이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대법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190일 넘게 철탑농성을 이어가면서 오는 26일 전면파업을 벌이는 현대차 비정규직들이다.

안철수 당선자는 대선 기간인 지난해 10월 25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 농성장을 직접 찾았다. 그는 철탑농성 중인 최병승씨와 전화통화를 하며 "아마 오늘을 계기로 국민들의 관심도 더 커지고 이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도 같이 공유하게 돼서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비정규직 문제에 직접 나설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또 "비정규직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가 같이 풀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한 후 "정치권과 언론에도 알려 나가겠다"고 약속하면서 앞으로 그의 활동에 기대를 가게 했다.

안 당선자는 그날 철탑 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도 여러 가지 빠져나갈 수 있는 편법이 있으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공약·정책들을 만들고 있다"며 자신의 행보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소에 모범을 보일 것을 강조하며 "민간에서는 정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작겠지만 고용공시제를 통해 하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안도 내놨다. 해당 기업에 비정규직이 얼마나 고용되어 있는지 분기별로 일반에게 알리는 노력을 하면 회사도 개선안을 찾을 것이라는 게 그의 구상이었다.

비정규직들이 더 큰 기대를 가진 것은 그가 보내온 서면 답변이었다. 철탑농성장 방문에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게 질의서를 받은 그는 10일 뒤인 11월 4일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 보다 구체적인 비정규직 해결방안을 약속한 것.

안 당선자는 "재벌총수, 고위공직자 등 특권층들은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잘못된 사법 관행을 개혁하는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재벌총수 등 사회적, 경제적 특권층 누구라도 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특히 그는 현대차 비정규직의 질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엄정한 법 적용을 촉구하고, 검찰을 개혁해 공정한 법 집행기관이 되도록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철탑농성 이유인 대법 판결 이행에 뜻을 같이했다.

그외에도 그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법원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하고 반드시 이행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은 상식의 문제다. 대법원의 판결대로 조속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법원의 판결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이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그동안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노동계, 특히 비정규직이 안철수 당선자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시큰둥한 노동계 "안철수, 노동문제에 확실한 정체성 보여줘야"

반면 노동계 전반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18대 대선 당시 베일에 가려졌던 안철수 후보의 노동정책이 노동브레인 인선으로 그 내막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당시 철탑농성장에 안철수 후보를 배석한 중앙선대위 노동연대센터 간부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으로 구속되자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었다.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안철수 당선자가 노동문제에 있어 자기 정체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목격된 바 있다"며 "이 때문에 그가 앞으로 노동문제에서 괴물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나오는 '안철수는 나쁜 이명박보다 마음 좋은 이명박을 닮은 사람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안 당선자가 노동자들의 호응을 얻고 노동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자기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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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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