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이어 대체휴일제까지, 박근혜의 '약속'은?

인수위 국정과제 포함 불구 정부·새누리 대다수 반대... 민주 "재계 대변하는 건가"

등록 2013.04.25 20:28수정 2013.04.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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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에 답변하는 유정복 장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대정부질문에 답변하는 유정복 장관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유성호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가 대통령의 속도조절 주문으로 벽에 부딪힌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월 국정과제에 포함했던 '대체휴일제'까지 표류하고 있다. 대체휴일제는 법정공휴일과 토·일요일이 겹치면 평일 하루를 쉬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는 지난 19일 법안소위에서 만장일치로 관련 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처럼 여야 모두 대체휴일제 도입에 공감대를 표한 만큼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정작 25일 열린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대체휴일제 도입은 무산됐다. 안전행정부와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대체휴일제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재계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앞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후퇴 논란에 휩싸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재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던 '30%룰'을 삭제하기도 했다. '30%룰'은 재벌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내부거래가 적발되면 총수가 이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 증여세를 물리는 조항이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거래기회 독점을 통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로 악용된 점을 감안할 때, '30%룰' 삭제로 공정거래위가 재벌 총수 일가를 직접 제재할 수단은 사라지게 됐다.

재계 걱정하는 새누리, "경제 어려운 시기인데 기업인 심리 위축시킬 수 있어"

대체휴일제 역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함께 재계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펴왔던 법안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은 지난 19일 '공휴일 확대 법률안 경영계 의견 참고자료'를 통해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공휴일이 3.3일 늘어나면 32조 원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또 다른 나라의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나라의 실질 공휴일 수는 14일로,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 6개국 평균 공휴일 11일보다 3일 더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계의 의견은 이날 새누리당 소속 안행위원들의 '신중론'으로 표출됐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은 황영철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은 "모든 정책은 한 번 정하면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대체휴일제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성효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시기인데 기업인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재계를 두둔하고 나섰다.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경제와 국민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하면 더 해야 하지만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특히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선 의원은 "침체된 경제를 제대로 살려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경제살리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역시 "대통령령이 아니라 법률로 대체공휴일을 정하면 민간의 자율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며 대체휴일제 도입 반대 의사를 폈다. 대통령령인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바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먼저 대체휴일제를 도입하자는 얘기였다.

무엇보다 유 장관은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공휴일이 가장 많은 국가가 되는데다 공휴일을 법으로 강제하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의 근로수당 지급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장관이 재계 발표한 입장 그대로 받아들이나"... 29일 최종 입장 정하기로

이 같은 논리는 곧장 야당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황영철 의원마저 유 장관을 향해 "장관이 재계가 발표한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반대 논리만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화관광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체휴일제 도입을 통해 환원되는 공휴일 수는 평균 1.9일인데 한국경총은 어버이날이나 제헌절까지 포함시켜 계산했다"며 "안전행정부도 1.9일로 발표했는데 경총만 3.3일로 확대적용했다"고 경총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경총이 발표한 '선진 6개국 평균 공휴일 11일'에 대해서도 "외국의 경우, 국경일과 연방휴일만 집계하고 우리나라는 기업창업 기념일까지 공휴일에 포함해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안행부 장관이 정부기관이 발표한 자료보다 재계가 발표한 자료에 의거해, 대체휴일제 도입을 반대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야당 의원들도 이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우리나라 근로자는 OECD 국가 중 최장 시간을 일하고 있고 산업재해도 많다"면서 "대체휴일제 법안을 막으려는 것은 가진자의 기득권 논리"라고 비판했다.

유대윤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연간 2116간으로, OECD 국가 평균 1693시간보다 300~400시간이 더 많다"면서 "정부가 이를 반대하는 것은 재계를 대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은 "(대체휴일제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것"이라며 "지금 와서 형식 논리가 맞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도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안행위는 이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다만, 정부가 대통령령 개정을 통한 대체휴일제 도입 방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혀, 오는 29일 안행위를 열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9월까지 적절한 대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여야가 다시 법률안으로 처리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휴일제 #박근혜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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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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