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오름(아부오름)에 고사리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조남희
문제는 '전국 최고라는 제주도 고사리,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라면서 내가 지금까지 고사리라는 것을 먹어나 봤지, 서울에서 태어나 살다 제주도에 내려오기까지 34살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직접 채취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사리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텐데, 가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우선 길을 나섰다.
"다랑쉬오름에 가야 고사리가 많을 거야.""다랑쉬오름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 아끈다랑쉬로 가자!"다랑쉬오름에 가야 한다는 친구의 투덜거림을 뒤로 하고 아끈다랑쉬로 올랐다. 아끈다랑쉬오름은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과 인접한 오름이다. '새끼 다랑쉬'라는 뜻으로, 그다지 높지 않은 오름이기 때문에, 오름의 풍광은 구경하고 싶지만 저질체력인 사람에게 아주 좋은 오름이다. 아끈다랑쉬오름 초입에서 장바구니에 뭔가 가득 담아 나오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뭐 따신 거예요?""고사리~ 저기 가면 많어.""한 번 보여주세요. 이렇게 생긴 거였구나. 샘플로 하나만 주시면 안 돼요?"아주머니가 주신 '고사리 샘플'을 한 손에 소중히 들고 아끈다랑쉬오름으로 들어섰다. 주변의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에 비해 너무 낮은 오름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다보니 탐방로 정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올라가는 길이 미끄러웠다. 산행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나는 길이 좋지 않다거나 힘들면 곧잘 투덜이가 되는데, 고사리가 목적이 되다보니 다른 생각은 안 들고 눈에 불을 켜고 고사리만 찾게 되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그렇게 많다고 했던 고사리가 어찌된 건지 내 눈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고사리~ 고사리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아까 그 아줌마가 다 따간 게 분명해." 오름의 분화구 가까이 이르자 억새밭이 펼쳐졌다. 정상에서는 주변의 오름들은 물론 우도와 성산일출봉까지 선명하게 건너다보인다. 머리 속엔 고사리뿐이라 땅만 보고 가는데, 그때부터 실한 고사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니, 지천으로 깔려 있어 정신이 없었다.
고사리 꺾느라 굼부리(분화구) 안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헤맸을까. '나 좀 데려가주시오' 하는듯 귀여운 '고사리손'을 오므리고 있는 고사리들을 친구와 경쟁하듯 꺾다보니 제법 큰 비닐봉지 안이 가득찼다. 날도 덥고 배도 고파 그만 내려가기로 했지만, 내려가는 길에도 눈은 고사리만 찾고 있었다.
'고사리 앞치마'를 정말 사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