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검 감찰에 응한 안아무개씨가 로비내역이 적힌 다이어리를 폐기했다고 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사건은 사라지고, '재수사' 진정에는 "더 이상 수사 필요성 없어" 조치검찰은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지난 2006년 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이루어진 안씨의 금융거래들을 추적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3월 안씨의 친누나를 소환해 조사한 직후 '사건'이 수사선상에서 사라졌다.
첩보보고와 내사, 체포와 압수수색 등 검찰수사의 정석에 따라 진행되고 있던 한국도로공사 로비 의혹 사건이 제대로 종결되지도 않은 채 어느 날 사라진 것이다.
이에 문제의 평창휴게소 한식당 신축에 2억6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조인환(부동산업자)씨는 지난 2010년 10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진정서를 냈다. '재수사'를 촉구한 이 진정서의 요지는 이렇다.
"원주지청이 평창휴게소 안에 식당을 불법적으로 신축하면서 3000만 원 이상을 도로공사 강원지사 등 휴게소 사업 관련 직원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했다. 그러던 중 휴게소 소장이 이 로비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체포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는데도 아무런 근거없이 사건이 종결됐으니 다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 진정사건은 대검 감찰과를 거쳐 원주지청으로 내려갔다. 사건이 사라진 곳에 진정사건의 처리를 맡긴 것이다. 결과도 조씨의 기대를 저버렸다. 원주지청은 "내사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 직원 및 평창 공무원 등 관련자들 조사하고, 식당 신축과 관련한 도로공사의 감사자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창휴게소장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재수사할 필요성이 없다"며 사건을 '공람종결'했다.
일반적인 내사, 진정사건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공람종결'은 "더 이상 조사할 필요성도 없고, 또한 마땅한 법적 조치를 내릴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더 이상 조사를 진행시키지 않고 현 상황에서 사건을 종결시키는 처분"을 가리킨다.
결정적 증거 '로비 다이어리' 돌려주고, 휴게소장은 이를 없애 버려그런데 지난 2011년 1월 진행된 검찰의 감찰 과정에서 원주지검이 결정적 증거인 휴게소장의 '로비 다이어리'를 안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검찰의 감찰조사에서 "(도로공사 직원 등) 다른 사람들과 같이 술, 음식 등을 먹은 것은 인정하나 로비한 것이 아니다"라고 로비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감찰을 맡은 검사가 안씨에게 "예전 검찰청에 압수됐던 다이어리를 제출할 수 있나?"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지금 그 다이어리를 다 보여주면서 강원지역본부 직원들에게 로비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싶으나 몇년 전 그 다이어리를 돌려받은 직후 기분이 나빠서 전부 폐기해서 제출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검찰은 앞서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휴게소 운영업체가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와 관할군청, 경찰지구대, 소방서 출장소 등에 상품권과 현금, 양주 등을 건넸다는 내용이 기록된 '다이어리'를 입수한 바 있다. 이어 피의자 신문에서도 다이어리 내용이 사실이라는 안씨의 진술을 얻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결정적 증거를 피의자에게 돌려주었고, 안씨는 그것을 폐기해버린 것이다. 이렇게 결정적 증거가 사라졌다.
또한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휴게소 운영업체 D사가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휴게소장인 안씨에게 총 현금 3000여만 원을 송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와 관련, 안씨는 검찰조사에서 "제가 우선 제 카드로 지출하고 회사에 승인을 얻으면 다시 제 통장으로 넣어주는 돈이다"라고 해명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 등을 접대한 돈을 본사로부터 송금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안씨의 사용카드 사용내역을 추적한 결과에서도 그가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수십 차례 원주시 소재 룸살롱과 단란주점, 노래클럽 등을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6년 12월 10일 '엔룸싸롱'이라는 술집에서 총 87만 원, 지난 2007년 8월 24일 '시드니'라는 술집에서 90만 원, 지난 2008년 4월 28일 98만 원을 썼다. 특히 카드 사용에서는 특별한 결제형태가 반복해서 발견됐다. 50만 원 이상 나오는 술값은 50만 원 이하로 쪼개서 나누어 결제하거나, 카드로 결제했다가 다시 승인을 취소하는 형태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