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딩 지도안나푸르나 라운딩 지도
신한범
베시사하르(760m)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위한 출발점입니다. 대부분 트레커들은 고소에 적응하기 위해 베시사하르에서 시계 방향으로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진행합니다. 라운딩의 하이라이트는 해발 5416m 쏘롱라를 넘는 것입니다. 고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고도를 높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해발 3000m를 넘어서면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고소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구요. 시계 방향은 해발 4,800m에서 숙박할 수 있기에 쏘롱라를 넘는 것이 유리합니다.
7시 30분에 출발 예정인 버스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조바심이 나 가이드에게 몇 번 채근하여도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8시가 훨씬 넘어서야 출발합니다. 출발은 하였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빨리 빨리'에 적응된 제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지만 저를 제외한 누구도 불편해 하지 않습니다. 삶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제가 더 조급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곳은 경쟁해야할 대상도 없으며, 삶의 터전도 아닌데 말입니다.
버스는 둠레까지 프리트비 고속도로(Prithvi Hwy)를 달립니다. 중앙선이 불분명한 2차선 도로, 아찔한 경사와 굴곡, 중앙선을 무시하고 달려드는 차량 행렬을 피해 버스는 곡예 하듯 빠져 나갑니다. 더구나 도로 옆은 낭떠러지기에 창밖은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버스에는 힌두교의 신, '가네쉬'나 '쉬바'를 모신 작은 신전이 있습니다. 그들의 돈독한 신앙심을 보는 것 같습니다. 신과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버스는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것입니다.
저의 불안함과는 달리 승객들은 왁자지껄 떠들고 라디오에서는 끊임없이 노래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운전기사는 노래를 따라 하며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려 댑니다. 차량 꽁무니에는 "Please Horn(경적을 울려주세요)"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네팔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것이 상대방 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를 제외하고 모두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처럼 즐겁고 행복한 모습입니다.
7시간이 지나서 베시사하르(760m)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로컬 버스를 이용하여 불부레(840m)까지 갈 생각입니다. 물론 찝차를 이용하면 샹게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최근 차매까지도 갈수 있다고 합니다. 개발의 바람은 히말라야 계곡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베시사하르에서 마낭(3469m)까지 도로 공사를 시작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처음 히말라야를 접한 2000년도 초에 베시사하르부터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겨우 20km 정도 완공되었습니다. 이 공사의 종착지인 마낭까지는 100km가 넘는 거리입니다. 언제 완공될지 알 수 없지만 개발이 원주민과 트레커 모두에게 도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족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