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교 천록 복숭아꽃에 취했는지 혀는 반쯤 내민 채 멍하니 금천을 바라보고 있다
김정봉
네 마리의 천록 중에 혀를 반쯤 내보이고 있는 돌짐승은 복숭아꽃에 취해선지, 복숭아꽃이 제 역할을 한다고 믿어 마음이 놓였는지 몸을 축 늘어트린 채 방문객의 눈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금천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금천을 건너 근정문에 들어서면 바로 근정전, 강녕전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꽃은커녕 나무 한그루 없으니 봄 경치는 기대하기 어렵고 사시사철 똑 같은 분위기이고 긴장감만 맴돈다. 사계절 변화가 없으니 자연미라던가 인간미도 없다.
경복궁에서 그나마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전각의 뒷마당, 뒤뜰이다. 교태전과 자경전에 뒤뜰이 있고 최근에 복원한 태원전과 건청궁에도 뒤뜰이 있다.
화산한 아미산 봄 경치 지금껏 한 번도 교태전에 올라본 적이 없다. 지금은 교태전 대청마루에 앉아 교태전 뒤뜰, 아미산을 감상할 수 있다. 세 개의 대청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마루에서 보면 굴뚝의 높이와 같다. 문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관은 아미산 밑에서 보는 경관과 많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