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다.
김철수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중략), 영국 시인 T.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의 <황무지(The Waste Land)> 중 일부다. 오래전부터 라일락(lilac)을 시나 노래 그림의 소재로 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세계 곳곳에서 자라는 꽃나무로 추위와 공해에도 강하다.
라일락꽃나무의 우리 이름은 수수꽃다리다. 송이처럼 피어나는 작은 꽃 무더기가 마치 수수이삭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수수꽃다리와 라일락 이외에도 정향나무, 리라 꽃으로 부르는 꽃나무들이 여럿 있는데 같은 나무거나 비슷하게 생긴 형제들이다. 라일락은 서양의 수수꽃다리, 정향나무는 중국식, 리라꽃나무는 프랑스식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현재 세계 원예시장에서는 미스 김 라일락으로 불리는 개량종의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나라 북한산 자락에서 피어나던 수수꽃다리 씨앗이 미국으로 건너가 '미스 김 라일락'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제 강점기 직후인 1947년 미군청소속의 식물학자가 북한산 백운대부근에서 채집해 간 토종 라일락(털개회나무) 씨앗을 번식 개량한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자신을 도와준 타이피스트 미스 김의 성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