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소재 경안학원의 문제를 보도한 진민용 시민기자의 기사.
오마이뉴스
현직 신문기자로 일을 하면서 다른 매체에 기사를 올리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저 또한 이 문제를 자랑스럽거나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일이 소속 신문사 때문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사건의 발단은 4월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북 안동 경안학원 이사장이 기간제 교사들을 모집하면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출석과 헌금 납부를 강요했다는 제보를 접하고 취재를 시작하면서 말입니다(관련기사 :
재계약 하려면 교회 다니라는 황당한 학교).
저는 경북 안동 <경안일보> 기자 소속으로, 이건을 취재하면서 데스크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데스크는 이를 신문사 회장에게 보고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한 보도가 왜 경영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데스크는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회장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했습니다. 결국 돌아온 답변은 "지금 경안학원은 기독교재단과 법적인 분쟁을 하고 있으니 중간에 끼어들지 마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간제 교사 문제인데 재단끼리의 법적 분쟁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항변했지만 경영진에서는 아예 '경안학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꺼리는 듯했습니다. 이후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게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돈 받고 기사를 팔아먹었다"는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아마 신문사 회장은 <오마이뉴스> 기사 원고료가 수십만 원쯤 되는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저도 그랬다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신문사 회장에게 차마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이라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같은 빨갱이 신문과 왜..."표면적으로 드러난 지적은 "법적인 분쟁 관계에 있는 사이에 우리 신문이 왜 끼어들어 문제를 키우느냐"는 것이었지만, 누가 봐도 이 문제는 지역신문의 한계와 연관됐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신문이 익히 받아왔던 비판, 즉 신문사를 운영하는 경영진이 지자체·지역 기득권층과 관련이 있거나 그 지역 학교 출신 선후배 관계거나 이런 것들 말입니다.
결국 데스크와 신문사 경영진의 '지시'에도 저는 기간제 교사들의 황당한 재계약 조건을 취재하고 보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신문에 이를 게재할 수 없다면 <오마이뉴스>에 보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게 신문사 입장에서는 '배신행위'이자 월급 주는 입장에서는 '항명'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에는 기존 언론인들도 시민기자로 많이 참여하고 있고, 특히 현직 기자들도 자유롭게 활동한다는 점을 해명했지만,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었나 봅니다.
심지어 경영진은 저를 문책하며 "<오마이뉴스>에 얼마를 받고 기사를 팔아 먹었냐"고 하거나 <오마이뉴스>를 두고 '빨갱이 언론'이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있는 지역인 경북은 보수 성향이 강해 <오마이뉴스>가 이런 취급을 받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역언론사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