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법, 환영하나 유사사례 비해 크게 퇴보"

국회 본회의 통과... 부산-경남 관련단체 "특별법 아닌 일반법 제정돼 우려"

등록 2013.05.08 16:38수정 2013.05.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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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부마민주항쟁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후속 조치로 헌정파괴 유신독재의 어두운 유산을 제대로 청산하라."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관련자의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아래 부마민주항쟁법)이 통과된 가운데, 관련 단체들이 이같이 밝혔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재규 이사장과 차성환 이사,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정성기 회장과 우무석 부회장 등 인사들은 8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관련자의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부산운동본부,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경남연대,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는 8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김재규 이사장이 회견문을 낭독하는 모습.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관련자의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부산운동본부,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경남연대,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는 8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김재규 이사장이 회견문을 낭독하는 모습. ⓒ 윤성효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경남연대 허진수 상임이사와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부산운동본부 김형기 상임대표,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최갑순 회장 등도 함께했다.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마민주항쟁법에서는 '진상규명'과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으며, 유죄와 면소 판결을 받은 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고,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재단 설립과 관련자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당초 특별법으로 추진되었으나 일반법으로 제정되었다. 18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었다가 무산된 뒤, 19대 국회에서 이주영·설훈·조경태·이진복 의원 등이 나서 이번에 제정되었다.

법에서는 '부마민주항쟁'에 대해 "1979년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까지 부산·마산·창원 등 경남 일원에서 유신체제에 대항하여 발생한 민주화운동"이라고 해놓았다.

또 법에서는 '관련자'에 대해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자'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질병을 앓거나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하여 수배·연행 또는 구금된 자'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하여 공소기각·유죄판결·면소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자'라 규정해 놓았다.


"국회 법 통과 환영... 그러나 몇몇 조항에서는 우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5․18기념재단,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부산운동본부,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경남연대,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는 법 제정을 환영하면서 일부 조항과 관련해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부마민주항쟁에 대해 입법부가 '반국가적 폭동'으로서의 '부마사태'가 아닌 '부마민주항쟁'으로 명확하게 규명하고 처음으로 그 사회역사적 진상규명과 후속 조치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의미를 두었다.

이어 "진상규명, 명예회복과 보상, 기념사업 등을 내용으로 한 부마민주항쟁법의 국회 제정을 국민과 더불어 크게 환영한다"며 "여야 의원과 당론으로 법 제정을 뒷받침해 준 민주당에 대하여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려도 나타냈다. 이들 단체는 "부마항쟁 관련자의 국가유공자 예우 조항은 별도 입법하기로 한 국회의 결정과 행정부의 약속은 인정하더라도, 부마민주항쟁법의 지위가 특별법에서 일반법으로 바뀐 것이나, 몇몇 조항에 대해서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등 유사 사례에 비해 크게 퇴보하였다"며 "이 법의 시행으로는 반쪽․부실 진상규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고, 보상이나 예우 대상자로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국회가 21세기에 들어서도 '현대판 전제군주제'로 불린 유신체제와 관련된 잔재를 온전히 청산할 의지가 약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국민의 기본권․행복추구권을 실현할 적극성이 부족하면, 이 나라는 과거사의 수렁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통합도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국회는 당초 여야가 발의한 특별법의 합당한 입법 취지와 달리 진상조사와 위원회 구성, 보상, 기념사업 수행 등의 조항에서 퇴보한 점이 많음을 인정하고 법 개정 등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박근혜정부는 진상조사, 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 기념사업은 물론 국가유공자 예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훈처 입법, 정부 시행령 마련, 중립적 진상조사위원 임명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여, 유신체제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것을 인정하고 이를 국민 앞에 사과한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의 진정성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사과도 거론했다. 이들 단체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정당한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군사적 유혈 진압과 공권력의 부당․불법 인권유린에 대하여 공식 사과할 것"과 "항거할 수 없는 명령의 수행으로 본의 아니게 반인권적 가해자가 된 군인․전경 등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사과하여 국민통합의 엄중한 최종 책임을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a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관련자의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부산운동본부,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경남연대,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는 8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관련자의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부산운동본부,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위한경남연대,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는 8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 윤성효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에 대해, 이들은 "최근 긴급조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은 군사독재시절의 사법적 과거사를 능동적으로 청산하고, 특별히 긴급조치 피해자와 부마항쟁의 소요죄 등 관련자에 대한 사법적 명예회복에 적극 나설 것"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당사자이기에 조사위원 구성 객관적으로 해야"

정성기 회장은 "자고나니 어제와 오늘의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며 "박정희정권은 '한강의 기적 시대'로만 받아들여졌는데, 암흑독재시기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법 통과를 계기로 퇴행의 길을 걷던 민주주의가 군사독재의 어두운 길을 거둬내고 전진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 참가자인 김종세(부산)씨는 "국회를 통과한 법은 상당히 미흡하지만 상당히 진전도 있었다"며 "유사한 4․19와 5․18, 3․15 등에서는 '민주화' 등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민주항쟁'이라고 했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법에서는 기간에 대해 1979년 10월 16~20일 사이라고 해놓았는데, 그해 10월 15일 부산대에서는 학생 300여명이 동원되어 유인물을 뿌린 행위도 영향이 컸다"며 "5․18의 경우 '5월 18일 전후'라고 해놓았듯이 이 법도 개정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 위원 구성에 대해, 정성기 회장은 "진상조사는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에서 전반적으로 관장하는데, 위원회 구성에 있어 당사자 단체의 몫이 대부분 빠지고 부산과 경남에서 1명씩만 들어가도록 돼 있다"며 "법에 보면 조사위원은 장관과 부산시장, 경남지사, 창원시장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대통령도 당사자이기에 임명에서 객관성이 걱정된다. 사법부나 국회의 추천을 받는 등 차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기 상임대표는 "정확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고, 권력 유지를 위해 군대를 동원했던 것에 대한 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 당시 남편(유치준, 당시 52살)을 잃었던 천술옥(79)씨는 "할 말은 많지만 법이 제정되었다고 하니 감사하고 고맙다"며 "자식(3남1녀)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싶어 오랫동안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인 정성기 회장과 최갑순 회장 등 3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각 2000~3000만 원)했다가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최근 기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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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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