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한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는 여성 인턴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 자체도 경악할만한 일이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군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 바로 당일 그런 일을 벌였다는 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현지시각으로 지난 7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오후 2시 20분경에 끝난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서는 양국 간 현안과 북한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군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공군의 성폭력 방지 담당 장교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되고, 대규모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군 내에서 매일 70건씩 성폭력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추산치가 나오는 등 군 내 성폭력 문제가 미국의 당면과제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미국 기자로부터 이런 상황에 대한 평가와 대책을 요구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문제나 다른 안보 문제들만큼의 분량을 할애하면서 단호하게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누군가가 성폭력에 연루되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기소되고, 지위가 박탈될 것이며 군사법원에 소환되고, 해고되고, 불명예 제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 내 성폭력 상황이 은폐되지 않고 정확히 보고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처리과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성폭력을 완전히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중요한 건, 나는 이 문제(군 내 성폭력)에 대해선 관용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성추행을 했다고 신고한 피해자는 미국 경찰에 범행시각을 7일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라고 신고했다. 신고가 사실이라면 윤 전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더 이상 군 내 성폭력에 대한 관용은 없다'고 강력하게 천명한 지 7시간 여 만에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양국 정상이 공동으로 나선 기자회견이라 윤 대변인도 그 자리에 있었다. 미국 국내 문제에 대한 질문이었지만 공동기자회견이어서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미국 사회가 성폭력에 매우 민감해진 상태란 걸 모를 수가 없는 상황에서 외교사절단의 일원이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게 돼 '문화적 차이를 몰랐다'는 등의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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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성폭력에 무관용" 발언 당일 윤창중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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