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민기자다<나는 시민기자다>는 12명의 시민기자들의 글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시민기자의 역할과 그들이 이루어 내고 있는 작은 변화들을 알려줌으로써 독자들에게도 참여의 기회와 용기를 주고 있다.
정경영
지금도 기억나는 '문화론특강' 인문교양 수업. 남들은 그냥 쉽게 성적을 받는다는 인문교양강좌이지만, 나에게 큰 짐이었다. 리포트와 중간, 기말시험. 남들은 열 장씩 써서 제출하는 리포트를 나는 다섯 장도 쓰기가 어려웠고, 남들은 서너 페이지씩 쓰는 시험답안지를 난 한두 페이지 채우기도 어려웠다. 그때는 왜 그게 힘들었을까?
몇 달 전, 우연히 3년 전에 작성하고 잊어버리고 있던 '나의 꿈의 목록' 파일을 열어보게 되었다. 꿈의 목록을 적어 놓고 살다 보면 그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글을 보고 작성한 것이었다. 당시에 무작위로 생각나는 대로 적은 꿈의 목록 중 20번째에 있는 항목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 이름으로 책 출판하기'대학시설 리포트 다섯 장 쓰기도 버거워하던 내가 저런 야무진 꿈을 적어 놓은 걸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글쓰기, 잊고 있었던 꿈의 목록을 보면서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 이후 글쓰기 관련 책들과 정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지인의 소개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제도를 알게 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2013년 3월 28일, 내 인생에 기억해야 하는 몇 안 되는 기념일이 되었다. 바로 <오마이뉴스>에 나의 첫 기사가 실린 날이다. 정말 신기했다. 나의 글이 선택됐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내 이름 석 자 뒤에 '기자'라는 호칭이 붙어 있는 건 더욱 신기했다. 첫 기사는 운 좋게 '버금'으로 채택되어 실렸지만, 그렇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기사'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를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나의 첫 글은 기사로 채택되었지만, 역시 부족한 글이었다. 다른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기사가 점점 더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 이후 나는 몇 개의 기사를 더 썼지만, 독자로부터 큰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바쁜 일을 핑계로 글쓰기에 대한 열정도 점점 식어가는 듯했다.
이런 때 <나는 시민기자다>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시민기자의 시대적 의미와 부족했던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소중한 나의 지침서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남는 장사... 그들이 시민기자가 된 이유는?
나는 오늘 지인이 알려준 '세상에서 가장 남는 장사' 방법 하나를 공개하려한다. 그것은 바로 <나는 시민기다>를 읽는 것이다. 이 책은 12명의 베테랑 시민기자가 각자의 경험과 기사를 포함한 글쓰기 노하우를 생생하게 밝힌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는 것이 남는 장사일까?
이 책을 쓴 12명 시민기자의 활동기간을 계산해 보니 평균 9년이다. 그리고 글쓰기 경험은 적어도 그보다 더 오래됐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그들의 평균 9년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9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단순히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2명 시민기자의 평균 9년간의 파란만장한 삶의 경험과 글쓰기 노하우를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단순 계산으로 12명의 9년이라는 시간을 더해보면 108년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108년이라는 다양하고 의미 있는 인생과 글쓰기에 대한 그들의 노하우를 단돈 만 오천 원으로 단 몇 일만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경제적인 투자 방법인가!
12명 시민기자의 시작은 '세상과의 소통'이었다. 김혜원 시민기자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았던 지난 과거를 떨치고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이희동 시민기자는 세상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오마이뉴스>를 통한 글쓰기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발자국 100개를 찍는 것보다 100명의 사람이 발자국 한번을 찍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며 그의 글쓰기가 그런 변화에 작은 불쏘시개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늘 희망하고 있다.
김용국 시민기자는 글쓰기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통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시민기자들은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 그 소통을 통해 자신과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물론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그들은 이를 소중히 생각하고 시민기자가 지녀야할 자긍심을 가지고 언제나 노력을 아끼지 않고 활동한다.
12명의 시민기자는 자기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기삿거리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의 다양한 기사를 잘 살펴보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상을 이야기를 좀 더 다른 시각으로 관찰하여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의 같은 현상을 기삿거리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을 뿐이다.
송성영 시민기자는 '뉴스는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사는 이야기' 속에는 정치, 경제, 민족, 교육,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들이 반영되어 있으며 우리들의 삶은 결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윤찬영 시민기자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고 그냥 지나치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재로 사회현상에 대한 기사를 써서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어 있다.
양형석 시민기자는 기사 선정에 고민하는 초보 시민기자들에게 스포츠와 대중문화 분야를 추천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는 다양하고 항상 일정이 미리 공개되므로 좋아하는 종목을 찾고 그 종목에 관심을 두면 기삿거리는 쏟아지게 마련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민기자의 기사는 실생활에 관련된 살아있는 가사이며, 자기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적인 기사이다. 이것이 시민기자의 강점이고 시민기자가 필요한 이유다.
시민기자는 어떻게 기사를 쓰나...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 노하우는?기사의 소재는 우리의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냥 일상을 쓴다고 해서 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과연 이런 일상의 일들이 어떻게 기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강인규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하면서 일상의 매 순간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기사의 소재가 되면 그것을 적극 관찰하고, 고민하고, 즐기고, 음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글은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글, 즉 당연한 상식을 문제 삼는 글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전대원 시민기자는 '생각하는 힘'을 키울 것을 주문한다. 직업기자는 발로 뛰는 기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 시민기자는 머릿속 생각이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다(三多) 즉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想量)으로 풀이하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12명 시민기자의 공통된 글쓰기 원칙 중 으뜸은 '쉽게 쓰는 것'이다. 누가 읽어도 이해가 쉬우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를 포함한 글쓰기의 대상은 내가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라는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원칙이지만, 그렇게 쉬운 부분은 아니다.
김종성 시민기자는 전문용어는 대중과 전문가를 갈라놓는 담이라고 했다. 담이 생기면 그만큼 대중들과 멀어지고 내 글이 외면당하기 쉽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 원칙은 '사진'이다. 글은 사진을 설명하고 사진은 주장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최병성 시민기자는 사진은 독자들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긴 기사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쉼터' 역할을 한다고 했다. 기사에 사진이 필요한 이유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고속도로에도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거리마다 '졸음 쉼터'가 있듯이 기사에도 독자를 위한 '쉼터'가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완벽한 글은 없다'는 것이다. 신정임 시민기자는 스티븐 킹의 말을 인용해 글쓰기에 앞서 글 쓰는 이와 독자 모두를 향해 글에 대한 '근심을 버리자!'고 주문하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글은 없으며 단지 '조금 부족한 글'과 '조금 더 부족한 글'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 부족함을 채워 가는데 의미를 두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고자 함은 욕심이다.
부족한 글을 스스로 보완하는 길은 스스로 여러 번 읽고 고치는 것이다. 두 번 고친 글은 한번 고친 글보다 낫고, 세 번 고친 글은 두 번 고친 글보다 나은 것은 진리다.
나도 시민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