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5·18 북한군 개입설 보도 사과했지만...

5·18 관련단체들 사법대응 준비... "빠른 시일 내에 종편·일베 고소할 것"

등록 2013.05.22 08:24수정 2013.05.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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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채널A>의 '채널A 종합뉴스' 클로징. <채널A>는 최근 논란이 됐던 '5·18 북한군 개입설'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21일 <채널A>의 '채널A 종합뉴스' 클로징. <채널A>는 최근 논란이 됐던 '5·18 북한군 개입설'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채널A 갈무리

[기사 수정 : 22일 오전 11시]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지난 21일 메인뉴스 '채널A 종합뉴스'와 시사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사과했다. 하지만 5·18 관련 단체들은 "국민 여론이 악화돼 하는 사과를 누가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광주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종편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등의 사법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5일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자신이 1980년 5월 광주에 남파된 북한군이었다는 북한이탈주민 김명국(가명)씨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5·18 관련 시민단체들은 즉각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항의했고, <채널A> <동아일보>의 몇몇 기자들도 문제 제기에 나섰다(관련 기사 : <동아> 기자들도 '5·18 북한군 개입설' 반발 조짐).

논란이 커지자 사측은 기자들에게 '21일 해당 프로그램과 메인뉴스에서 사과방송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김광현 <채널A> 산업부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프로그램 끝에 "만약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광주 민주화운동 유족이나 관계자를 가리키진 않았다.

또 "<채널A>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본질을 존중한다고 그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앞으로도 이런 자세는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방송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엄밀하게 검증해 다시 사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겠다"며 석연찮은 태도를 보였다.

'채널A 종합뉴스' 박상규 앵커도 21일 방송 마지막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사과했다. '김광현의 탕탕평평' 때와 달리 <채널A>는 사과문 전문을 자막으로 공개했다. 한국기자협회 <채널A>지회가 '김광현의 탕탕평평' 사과방송을 본 후 사측에 '이왕 사과를 한다면 전문을 다 공개해 진실한 사과를 한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게 반영된 결과였다.

<채널A> 메인뉴스 등 사과방송...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방송"


"저희 <채널A>는 지난 15일 '김광현의 탕탕평평'과 '채널A 종합뉴스'에서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 김명국씨의 증언을 방송한 바 있습니다. 김씨 증언의 요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진행 중이던 1980년 5월 23일 광주에 침투해 활동하다 북한으로 복귀했다는 것입니다.

이 방송 내용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광주시민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엄밀하게 검증해 시정해 나가겠습니다. <채널A>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본질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이 같은 자세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송선태 5·18 기념재단 이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턱없이 부족한 사과"라며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두 번 죽이는, 유족 가슴을 두 번 찢는 방송을 해놓고, 국민과 정치권에서 문제 삼자 반성한다는 것은 이 방송 자체가 철저히 검증되지 않은 채 제작됐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방송 제작 배경과 배후, 김명국씨의 실체, 재발 방지 약속 이런 것도 없지 않습니까? 여론을 피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철저히 진상조사하는 일과 사법처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반복될 수 있습니다.

(<동아>의 비판 기사, 사설 등도 결국엔 <채널A>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했던 방송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민 여론이 악화되니까 사과하는 셈인데, 그 진의를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믿을 수 없습니다. 또 그간 (<동아>와 <채널A>가) 5·18 관련해 호의적인 태도나 보도성향을 보여준 적 있습니까?"

5·18 단체들 "일베·종편 고소" - <채널A> 기자협회 "상시 감시할 것"

송 이사는 "(5·18 관련) 310개 기관단체가 '5·18 왜곡저지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 5월 24일 회의를 연다"며 "최단 시일 내에 종편(5·18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한 <채널A>와 <TV조선>)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는 고소할 것"이라며 "관련 자료와 주요 고발인, 증인 등을 사법처리에 필요한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순욱 한국기자협회 <채널A>지회장은 5·18 관련단체 등은 사측의 사과방송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는 얘기에 "방송매체 특성상 그런 부분이 있다면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사안 자체가 워낙 엄중하고 심각했고, (20일 <채널A> 공채 1기 항의 성명 후) <동아> 기자들까지 (문제 제기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측이 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사내에는 이번 일을 두고 '<채널A>냐 <동아>냐는 중요하지 않다, 기자 직종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황 지회장은 또 "오늘(21일) 사측과 2시간 넘게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토론했다"며 "기자협회에서 공정방송위원회에 준하는 기구를 만들어 상시 감시하고, 시스템적인 기준은 사측이 만드는 쪽으로 의견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채널A> 기자협회는 추후 재발방지 등을 위해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널A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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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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