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가 아크릴 간판 납품 전, 마지막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다
김영욱
서울 금천구의 시흥 유통상가 28동 1층에 있는 남서울광고. 올해로 30년째 옥외광고업에 종사해 온 안재규 대표의 작업 공간이다. 지난 16일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일감도 많이 줄었건만, 안 대표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거래처에 납품할 아크릴 간판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간판을 천직으로 알았고, 또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재주가 없었습니다. 비록 예전보다 물량이 많이 줄었지만, 저 나름대로 영업 전략과 기술력으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작은아버지 밑에서 배운 아크릴 간판 기술이 최근에 와서야 빛을 보고 있는 안 대표의 얘기다. 여느 광고업자와 별다를 게 없는 공간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작업해 온 작품들이 한쪽 벽면에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삼성, 엘지, 한국타이어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참여했을 때 촬영한 부스 공간 전경이다. 바로 안 대표의 땀과 노력이 녹아 있는 아크릴 간판들이다. 형형색색의 아크릴 간판 사진들이 마치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무 말 없이 옆에 서 있던 안 대표가 한 마디 내뱉는다.
"저건 스페인 전시장, 저곳은 아프리카..." 이처럼 안 대표는 지난 15년 전, 서울 여의도에 열린 건축박람회 부스 간판을 우연히 제작할 기회를 잡으면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고 있다. 부스 간판은 그가 연간 제작하는 옥외광고 제작 물량의 약 70%나 된다.
아크릴 간판은 예술입니다"간판업에 뛰어들면서 배운 아크릴 제작 기술이 지금에 와서야 그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형광등과 LED를 이용한 간판도 아름답지만, 아크릴을 이용한 간판은 예술작품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말 속에는 '아크릴 분야에서 내가 최고다'라는 자부심까지 묻어난다. 이처럼 안 대표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제는 특정 분야의 특화된 기술력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그저 간판을 돈벌이로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항상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고 강조했다.
잘 찢어지지 않는 특수한 재질의 천(후렉스라고도 함)에 실사출력으로 마감한 플렉스(후렉스) 간판이나 시트지 작업으로 마감한 간판과 달리, 아크릴 간판은 설계부터 재단까지 작업자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로 한다. 천이나 시트지를 이용한 간판에 비해 작업 시간도 배로 든다.
특히 형형색색의 아크릴 간판은 시각적인 효과가 매우 뛰어나, 이미 외국에선 예술적 가치까지 부여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도로정비사업 시 LED를 접목한 아크릴 간판을 자주 채택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어간다고 해서 아크릴 제작 기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저 역시 어려움에 부닥쳤을 것입니다"고 말한 안 대표는 "지금도 새내기 간판업자들은 플렉스나 시트지를 이용한 간판에 주력하고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시각을 달리해야만 합니다"고 말했다. 1업소 1간판 규제나 간판정비사업 등 해가 거듭될수록 심화되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도 제시했다.
간판 정비사업의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