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 우습게 보지 마세요...스페인, 아프리카도 전시

골목상권 극복기 남서울광고 안재규 대표

등록 2013.05.24 12:09수정 2013.05.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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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대표가 아크릴 간판 납품 전, 마지막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다
안 대표가 아크릴 간판 납품 전, 마지막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다김영욱
서울 금천구의 시흥 유통상가 28동 1층에 있는 남서울광고. 올해로 30년째 옥외광고업에 종사해 온 안재규 대표의 작업 공간이다. 지난 16일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일감도 많이 줄었건만, 안 대표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거래처에 납품할 아크릴 간판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간판을 천직으로 알았고, 또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재주가 없었습니다. 비록 예전보다 물량이 많이 줄었지만, 저 나름대로 영업 전략과 기술력으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작은아버지 밑에서 배운 아크릴 간판 기술이 최근에 와서야 빛을 보고 있는 안 대표의 얘기다. 여느 광고업자와 별다를 게 없는 공간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작업해 온 작품들이 한쪽 벽면에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삼성, 엘지, 한국타이어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참여했을 때 촬영한 부스 공간 전경이다. 바로 안 대표의 땀과 노력이 녹아 있는 아크릴 간판들이다. 형형색색의 아크릴 간판 사진들이 마치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무 말 없이 옆에 서 있던 안 대표가 한 마디 내뱉는다.

"저건 스페인 전시장, 저곳은 아프리카..."

이처럼 안 대표는 지난 15년 전, 서울 여의도에 열린 건축박람회 부스 간판을 우연히 제작할 기회를 잡으면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고 있다. 부스 간판은 그가 연간 제작하는 옥외광고 제작 물량의 약 70%나 된다.


아크릴 간판은 예술입니다

"간판업에 뛰어들면서 배운 아크릴 제작 기술이 지금에 와서야 그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형광등과 LED를 이용한 간판도 아름답지만, 아크릴을 이용한 간판은 예술작품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말 속에는 '아크릴 분야에서 내가 최고다'라는 자부심까지 묻어난다. 이처럼 안 대표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제는 특정 분야의 특화된 기술력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그저 간판을 돈벌이로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항상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고 강조했다.

잘 찢어지지 않는 특수한 재질의 천(후렉스라고도 함)에 실사출력으로 마감한 플렉스(후렉스) 간판이나 시트지 작업으로 마감한 간판과 달리, 아크릴 간판은 설계부터 재단까지 작업자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로 한다. 천이나 시트지를 이용한 간판에 비해 작업 시간도 배로 든다.

특히 형형색색의 아크릴 간판은 시각적인 효과가 매우 뛰어나, 이미 외국에선 예술적 가치까지 부여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도로정비사업 시 LED를 접목한 아크릴 간판을 자주 채택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어간다고 해서 아크릴 제작 기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저 역시 어려움에 부닥쳤을 것입니다"고 말한 안 대표는 "지금도 새내기 간판업자들은 플렉스나 시트지를 이용한 간판에 주력하고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시각을 달리해야만 합니다"고 말했다. 1업소 1간판 규제나 간판정비사업 등 해가 거듭될수록 심화되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도 제시했다.

간판 정비사업의 모델

 안 대표의 땀이 녹아든 부스 작품들이 작업공간 한쪽 벽면에 걸려 있다
안 대표의 땀이 녹아든 부스 작품들이 작업공간 한쪽 벽면에 걸려 있다김영욱

"정부의 간판정비사업으로 옥외광고업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천구의 80여 간판업체들은 간판 정비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상황이 꽤 낳은 편입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데 상황이 좋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약 10년 전부터 금천구지회 소속 회원들이 태풍 시 간판으로 인한 재해예방 활동을 자발적으로 펼쳤습니다. 구에서도 우리의 활동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올해부턴 재해예방 활동자금이 구 예산으로 편성될 것 같습니다"라며 그간의 활동을 소개했다.

그러한 활동은 금천구의 간판 정비사업에서 한국옥외광고협회 금천구지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간판 정비사업에 참여를 엄두도 못 내는 타 시도 협회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 5년 전부터 벌어졌던 것이다.

"2011년도 간판 정비사업에는 금천구지부 소속 회원들이 100% 참여했습니다. 특정 단체에 물량을 준다는 얘기가 나오자, 지난해에는 정비대상 업체가 직접 광고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구에서도 사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했지만, 2011년도 사업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기에, 지금도 타 시도의 간판정비사업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관내 간판업자와 보조를 맞춘 금천구의 간판 정비사업이 전국적으로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안재규 대표가 금천구지부장으로 선임되면서부터다.

지난해 임기를 끝내고 현업으로 다시 돌아온 안 대표는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고 행할 때, 각 지자체에서도 우리의 어려움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될 것입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소상공인신문 24호 게제된 기사입니다
#한국옥외광고협회 금천구지부 #골목상권극복기 #간판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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