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이 이성결혼보다 더 행복하다?

미국 시사잡지 <더 아틀란틱>... "평등함이 관계의 질 높여"

등록 2013.05.27 16:06수정 2013.07.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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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이하 현지시각), 파리 시내 중심부에 당나귀와 함께 수십만 명(경찰 추산 15만,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의 시위대가 등장했다. 동성 결혼법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일부는 당나귀를 끌고 행진했다. 당나귀가 걸고 있는 플래카드에는 이러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올랑드에 투표한 내가 바보다."

지난 18일,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는 동성 간의 결혼과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효했다. 이로써 프랑스는 유럽에서는 9번째, 전 세계에서는 14번째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똘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동성결혼'은 뜨거운 감자다. 동성결혼 법안이 발효된 지 사흘만인 지난 21일, 프랑스의 한 극우 역사학자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6일 시위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 끝에 100여 명이 체포되었다.

고정된 성역할 따르지 않는 '평등한' 동성커플

한국에서는 지난 15일, 김조광수 감독이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와 국내 최초로 동성결혼을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동성결혼'과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소개되었다. 미국 시사잡지 <더 아틀란틱(The Atlantic)>은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행복한 결혼을 위한 게이 가이드(안내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기사는 '동성커플이 이성커플보다 행복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전하면서, 그 이유로 같은 성(Sex)의 배우자는 그들의 역할을 고정된 성(Gender) 규범에 따라 나누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평등한 성역할이 관계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동성 커플'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페퍼 슈워츠(Pepper Schwartz)는 10여 년간, 1만2000건의 설문조사와 함께 수백 건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슈워츠는 '게이, 레즈비언 커플이 이성애자 커플보다 서로를 대할 때 더 평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레즈비언 커플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극도로' 평등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평등한 모습은 집안일을 할 때도 나타난다. 버몬트(Vermont)주가 미국에 있는 주 가운데 최초로 동성 결혼을 허용했던 지난 2000년, 심리학자 에스더 로스블룸(Esther Rothblum)은 버몬트 주에서 동성결혼을 인정받은 커플, 그렇지 않은 커플, 결혼한 이성애자 커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에스더는 답변자들에게 어떤 배우자가 설거지를 하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고치고 식료품을 사는지, 또 어떤 배우자가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아이들을 혼내고 배관공을 부르는지 물었다.


연구 결과, 결혼한 이성애자 커플의 여성은 자신의 파트너가 대출금 또는 방세를 내고 가전제품을 산다고 답했고, 자신들은 요리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편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애정을 보여주거나 진지한 대화를 하는 등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한다고 밝혔다. 성(Gender) 역할이 구분된 것.

이에 반해, 동성 커플은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눴다. 이는 이들이 각각의 일을 50 대 50으로 반씩 나눠서 한다는 뜻이 아니다. 한 파트너가 똑같은 일을 맡아서 하지만, 이는 성역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선호, 재능에 따른 것이다. 

'선호'와 '재능'에 따른 역할 구분 

a  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토타임을 위해 테이블을 옮기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파트너는 19살 연하인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로 이 날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했으며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결혼식 축의금을 모아 무지개(LGBT)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토타임을 위해 테이블을 옮기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파트너는 19살 연하인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로 이 날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했으며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결혼식 축의금을 모아 무지개(LGBT)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 이정민


심리학자 샬롯 제이 패터슨(Chalotte J. Patterson)은 컬럼비아 특별구에 있는 11개주에서 아이를 입양한 동성애, 이성애자 커플 100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샬롯에 따르면, 동성 커플 부모는 아이를 키울 때 좀 더 협동적인 경향을 보였다. 반면, 이성애자 커플은 여성이 아이를 키우는 데 좀 더 개입돼 있는 '전통적인'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성 커플 간에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싸우는 것도 평등하게 싸운다. 2003년, 워싱턴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성애 커플의 경우, 이성애 커플에 비해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덜 적대적이고 고압적이다. 받아들이는 이 역시 덜 공격적이고, 두려움과 긴장감도 덜 갖는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관계에 여성과 남성간의 계급구조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결혼한 이성애자 커플의 여성은 자신이 남성보다 힘이 덜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는 갈등이 있을 때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더 아틀란틱'은 동성결혼이 이성애자들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 가운데 어떤 측면이 성(Gender)적인 문제에 기반을 두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대조실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결혼 #동성애 #GAY MARRIAGE #더 아틀란틱 #김조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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