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림 시민기자.
-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제 기사를 읽어온 한 선배가 어느 날 '근데 너, 일은 하냐?'고 묻더군요. 평일엔 가을이 보고 주말엔 봉사 가는 삶으로 보였나 봐요. 그러면 참 좋겠지만 저도 일을 한답니다. 스피치 강사예요. 매일 같이 하는 얘기가 '여러분, 자기소개는 어렵지 않아요'인데 여태 거짓말을 해왔네요... 어떻게 제 소개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유기견 입양기'의 주인공, 가을이는 잘 지내나요? 건강이 많이 안 좋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어떤가요?"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얀 털은 보들보들, 눈망울은 초롱초롱, 까만 코가 맨드르르. 점점 아름답고 건강한 가을이로 거듭나고 있답니다. 6월까진 안정을 취하고 심장사상충 재검사를 해야 해요."
- 유기견 입양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얼마나 고민하다가 결정하신 건가요."2012년 6월에 봉사를 시작했고 12월부터 입양을 고민하다 2013년 2월에 입양했어요. 처음엔 가는데 의의를 뒀고, 다음엔 한 달 한 번 방문 약속을 지키는데 목표를 뒀지요. 그런데 (강아지들이)한여름과 한겨울을 얼마나 힘겹게 겪는지 보고 나니 단 한 마리라도 돕자는 생각이 절실해졌어요. 사실 전 작은 원룸에 혼자 살아서 반려동물을 들이기엔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갑갑하고, 외로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 평 남짓한 견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나와의 삶이 더 낫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물론 입양과 동시에 여행, 오랜 시간 외출, 늦잠은 제 삶에서 빠지지만 가을이가 그에 상응하는 행복을 주리라는 건 자명했습니다."
"입양의 가장 어려운 점은 강아지와의 소통이죠"- 유기견 입양에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혹시 있었다면,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셨는지. "이미 독립을 했으니 적극적인 반대는 없었습니다만 우려는 컸습니다. 특히 동물을 사랑 할수록, 봉사를 해본 분일수록 신중을 기하라고 했지요. 평생을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과 (명을 다해)떠나보낼 때의 아픔을 간과하지 말라는 뜻이었을 거예요. 또 무슨 일이든, 안 좋은 점을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잖아요. 그런 우려들 속에서 이 한 마디면 대부분 설득이 됐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요?'"
- 병원비나 사료, 미용 등 경제적인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입양의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인 부담보다는 강아지와의 소통입니다. 한 번 버려졌던 기억은 아이에게 치명적이라 마음을 열기에 시간이 걸리거든요. 티 없이 나고 자란 강아지들과는 확연히 다르죠. 열악한 환경에서 단체 생활을 해 온 터라 건강상의 문제도 없진 않지만 첫째는 견주와 신뢰를 쌓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바심도 나고 배신감도 들어서 입양은 힘들다는 말이 나온답니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목록과 강아지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해보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큰 병을 앓는 경우를 제하곤 요모조모 절약할 방법도 무궁무진하고요. 예를 들면, 미용사에게 맡기지 않고 견주가 미용기술 익히기, 가공된 영양 간식 사지 않고 직접 만들어 먹이기, 산책을 꾸준히 해서 건강 유지하기 등 말입니다. 예,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긴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수입이 적은 사람보다는 부양가족이 많거나 퇴근이 늦는 분들에게 입양을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 유기견 관련 모임에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봉사활동을 간다고 하면 우선 '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고 주저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측은한 마음 못지않게 반갑고 기쁜 마음도 든답니다. 봉사자들은 이것을 '힐링 체험'이라고 해요. 아이들은 우리의 눈빛을 읽는 것 같아요. 어서 오라고, 왜 이제 왔냐고 네 발과 꼬리로 반겨주거든요. 여러분 모두 그 즐거움을 꼭 겪어보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점차 '응가 치우러 간다'가 아니라 '애들 보러 간다'로 바뀝니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품에 폭 안기는 녀석, 하염없이 손을 내미는 녀석, 뽀뽀를 멈추지 않는 녀석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자꾸 떠올리고, 선물을 챙겨가는 '사랑'의 과정이죠.
아, 질문이 이게 아니죠? 할 일은 쌓여있습니다! 주로 청소, 밥 챙겨주기, 울타리 보수하기, 육안으로 봤을 때 아파 보이는 아이 병원 데려가기 등입니다. 후원물품이 들어와도 나눠줄 일손이 부족하다면 이해가 빠르시려나. 400여 마리를 골고루 챙기기가 쉽지 않답니다."
"허락만 하신다면... 동물인터뷰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