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팬클럽 '안철수와 해피스' 주최로 열린 광주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유성호
안철수 의원(무소속)이 2012년 대선 때 내세운 새 정치 구호 탓에 '안철수 현상'이 약화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충북대 소속 최종숙 박사(사회학)가 31일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을 동시에 띤 '복합적 유권자' 층인 안철수 지지집단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안철수 의원이 민생이 아닌 정치쇄신을 강조해, 대중의 열망을 끌어안지 못하면서 대선 후보직 사퇴에 이르게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종숙 박사는 내달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안철수 현상과 민주당의 미래'라는 이름의 학술세미나(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개최)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축사를 하고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기조발제에 나선다.
"안철수, 대선 때 '기성정치 불신' 상투적 전략으로 성공 막아"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안철수 현상'이 시작됐다. 대중들이 안철수 의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최종숙 박사는 "'경제성장과 복지의 결합', '민주적인 방식의 물질적 욕망 추구'와 같은 보수와 진보의 공존이었다"고 밝혔다.
한상진사회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2012/2013년 국민의식조사(조사대상 446명)에 따르면, 대선 전 2012년 대북 정책에 대한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의 성향은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집단의 중간쯤에 있었다. 경제성장과 복지확대, 재벌 규제와 관련해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과 문재인 후보 지지집단 간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유사했다. 하지만 물질적 성공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박근혜 후보 지지 집단과 유사했다.
대선 이후인 2013년 조사는 2012년과 비슷했다.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대북 정책에서는 다소 보수화된 흐름을 보였지만, 복지확대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후보 지지집단과 성향이 겹쳤다. 또한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에 박근혜 후보 지지집단과 비슷한 동의 비율을 나타냈지만, 집안 배경과 같은 구조적 요소가 성공의 조건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 지지집단과 비슷했다.
최종숙 박사는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복지확대와 재벌규제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집단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대북정책이나 물질적 성공의 경우 박근혜 후보 지지집단과 비슷하거나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집단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또한 성공의 조건으로 구조적 배경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 역시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일관성을 가지고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거나 일관성을 가지고 보수적 가치를 지지하기보다 특정 영역에서는 보수적 가치를, 특정 영역에서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복합성'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안철수 의원 스스로 자신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상식파'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것이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에 투영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최종숙 박사의 결론은 이렇다.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진보적 성향인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보수적 성향인 물질적 성공과 '신중한' 대북정책 지향을 공유하고 있다. 안 의원이 지지집단의 복합적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성장과 복지 두 바퀴로 가는 혁신경제' 정책에 더 집중했어야 했지만 주로 제3후보들이 손쉽게 기대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의 활용'이라는 상투적인 전략에 머물렀다. 이 점이 안철수 현상의 파급력을 제약하고 궁극적으로 안철수 정치의 성공을 막은 주된 요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