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는 안돼"오스트리아 빈 근교 한 옥수수밭에 'No GMO(유전자 변형 식품)'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오스트리아 내 유기농 농가 조직 '바이오 오스트리아'는 유럽 연합의 GMO 관련 정책을 반대하며 이같은 캠페인을 벌였다.
연합뉴스
필자가 배운 과학에서는 자연상태에서 종-속-과-목-강-문-계의 분류학 속에서 과 단위를 넘어서는 생물 간의 교배는 불가능하다. 또한 같은 과도 교배는 가능하지만 자연생태계의 유지를 위해 불임이 된다. GMO관련법에서는 GMO를 과단위를 넘어서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하면 결국 GMO는 자연상태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연상태에서 있을 수 없는 것을 인간이 만들었으니 그것이 과연 정상적일까라고 의문을 품는 게 당연한다. 지금까지 이 의문을 무수히 제기했지만 GMO를 옹호하는 어떤 과학자도 명쾌하게 답을 주지 못했다.
유전자조각 하나 더 넣었다고 생물이 변하지 않는다고 과학자들은 흔히 말한다. 물론 유전자조각 하나 넣었다고 생물이 이상한 괴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생물에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닌 유전자조각이 들어왔을 때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였을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어쩌면 알지 못하는 변화가 그 생물 속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그 실체를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얼마든지 제기가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종류의 일을 이미 광우병을 통해 겪었기 때문이다. 처음 광우병이 발발했을 때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절대 인간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일반인들에게 강조하며 각인시켰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 결국 인간에게도 광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우병의 원인이 소가 소화흡수할 능력이 없는 동물성 사료를 먹음으로써, 그것이 결국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여전히 광우병의 원인이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지만 이미 많은 과학자들이 관련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자신이 과학을 잘 모르고 했던 판단을 과학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됐고, 그 잘못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지난 1월 옥스포드농민대회에서 한 연설문을 보면 그가 GMO에 대해 든 논거는 과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적어도 과학자들이 말하는 고도의 과학기술이라는 측면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대신 그는 다음의 5가지 논거를 들었다.
첫째, GM(유전자조작)농산물이 농약사용량을 늘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둘째, GM농산물이 기업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셋째, 터미네이터기술로 농민의 종자에 대한 권리를 뺏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넷째, 아무도 GM농산물을 원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섯째 GM농산물은 위험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불과 1분 30초의 짧은 시간에 담긴 내용이었다. 전체 연설 50분 가운데 대부분을 그는 세계 식량위기를 역설하고 유기농을 비판하는데 사용했다. 더욱이 그는 연설에서 너무나 단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GM논쟁은 끝났다. 우린 더 이상 그 안전성을 논할 필요가 없다. 이미 15년간 3조 그릇을 먹었으나 어떤 위험도 나타나지 않았다(-the GM debate is over. It is finished. We no longer need to discuss whether or not it is safe – over a decade and a half with three trillion GM meals eaten there has never been a single substantiated case of harm-)"
마크 라이너스이 말한 5가지 논거, 적절한가 과연 논쟁은 끝났을까?
6월 첫주 한국을 방문해 그가 할 연설도 전체적으로 이 내용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주장에 대한 다양한 반론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그는 다섯 가지 논거를 들어 GM이 위험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설 말미에 3조 그릇이나 먹었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우선 3조 그릇이라는 그의 주장 자체가 근거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2003년 짐 피코크 박사가 GM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에서 자신이 계산한 것이라고 밝힌 300억 그릇의 식사 속에 GM농산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표현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 것이다. 짐 피코크 박사의 표현이 시간이 지나면서 GM종자생산기업 등에 의해 그 숫자가 3조로 늘어났기 때문에 나온 숫자다. 게다가 이 3조 그릇을 인정해서 계산을 해보면 1인당 16년간 먹은 400-500그릇 정도의 식사에 GM농산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계산을 근거로 GMO식품을 15년 이상을 먹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로 안전성을 강조하곤 한다. 솔직히 먹을거리 문제가 그렇게 단순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산수 계산으로 바로 결론을 나온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앞서 광우병에서도 예를 들었지만 지금까지 먹을거리의 안전을 해치는 다양한 물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트랜스지방, 내분비교란물질(환경호르몬), 각종 합성식품첨가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느 것도 하루아침에 증세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오랜 기간 그것이 축적되어 어느 순간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도 제각각이다. 더욱이 지금 재배되고 있는 주된 GM농산물인 콩, 옥수수, 유채, 면화는 식량작물이라기 보다는 사료작물이거나 식물성기름의 주원료로 쓰이는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포함되었다는 의미가 밥상을 어떻게 차리느냐에 따라 섭취하는 양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도 이것이 안전하다는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흔히 식품이나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쥐 실험을 하곤 한다. 그 이유는 유전자구조가 인간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2002년 영국과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쥐와 인간의 유전자는 최소 80%가 완전히 일치하고 99%가 유사하다고 한다. 게다가 인간의 한 세대는 30년이지만 쥐의 한 세대는 6개월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이 쥐실험을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약 1년간의 쥐실험을 통해 인간의 60년 후를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실험결과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식품에 대한 쥐실험에서는 쥐에게 실험하고자 하는 식품을 그대로 먹이지만 적어도 사람은 그 한가지만을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쥐가 먹은 양만큼을 먹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GMO에 대해서도 다양한 쥐실험이 진행됐다. 그리고 그 실험의 상당수 결과가 장기적으로 먹으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실험들은 종종 무시된다.
몬산토는 왜 실험 결과를 숨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