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00일 성적표, '공갈빵'에서 'A제로'까지

민주 "갑지키기에 윤창중까지, 실패와 실종"... 새누리 "지나치게 인색한 평가"

등록 2013.06.03 10:35수정 2013.06.0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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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지난 5월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6월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지난 5월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기사 대체 : 3일 낮 12시 20분]

"내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축하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내일 100일 기자회견도 없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말실수를 했다. 오는 4일 100일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 대신 그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을 말해버렸다. 유민봉 현 국정기획수석도 지난 2월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수위원회 보고를 하며 '박근혜 정부'를 '박정희 정부'라 부른 적 있다. 118일 만에 다른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실수를 한 셈이다. 자신의 말실수를 눈치채지 못했던 김 대표는 장내가 술렁이자 멋쩍게 웃으며 실수를 '수정'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내일 100일 기자회견도 없이 조용히 보내시기로 했다고 한다. 부디 대통령 취임 200일 되는 날, 1년 되는 날에는 대통령의 많은 치적을 국민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단순한 말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까지 부친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인수위 활동까지 포함, 5개월 가까이 움직였지만 자신만의 '브랜드' 혹은 기억할만한 궤적을 만들지 못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실패와 실종이 박근혜 정부 100일의 성적표"라고 혹평했다. 껍데기만 있고 속은 텅 빈 '공갈빵'과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 "속 빈 '공갈빵' 같은 100일... 모든 현안에서 정부가 '실종'됐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남소연

박근혜 취임 100일을 "실패와 실종"이라고 정리한 이는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였다. 그는 "밀봉점철 인사가 참사로 됐고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됐고 공공의료·공공보육 등 공공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며 "그렇게 강조했던 창조경제는 아직까지 모호하고 모든 현안에서 정부는 실종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 원내대표는 "창조하겠다는 정부가 되겠다고 하더니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이명박정권 실패의 길을 답습하는 '모방정부'가 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며 "이제 고집 대신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불통 대신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부디 지난 100일의 성찰과 자성을 통해서 100일 잔치는 못하지만, 100일 잔치 못하는 안타까움과 서운함은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돌잔치로 달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 100일은 '공갈빵'이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지난 100일은 국민과의 소통이 없고, 대선공약에 대한 신뢰가 없으며, 남북의 평화가 없는 3무(無) 정권"이라며 "보기에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만 속은 텅 빈 '공갈빵'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한길 대표가 지난달 30일 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한 '100일 평가'와 같다. 당시 김 대표는 ▲ 여론을 무시한 인사 불통 ▲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데 대한 불안 ▲대선 공약 불이행에 따른 불신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 100일을 '3불(不) 정부'라며고 비판한 바 있다.

장 정책위의장은 '키워드'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세부적으로 평가했다. 먼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갑(甲) 지키기"라고 평가했다. 장 의장은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현재 정부와 여당 내에서 경제위기를 핑계로 '속도조절론'과 '갑을상생론'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경제민주화 정책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차관급 고위직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사태로 '나홀로 인사' 논란을 야기했던 인사정책은 '윤창중'으로 정리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여성 인턴을 성추행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을 저지르고 물러났다.

장 정책위의장은 이를 두고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 인사실패의 전형으로 ▲ 국민과 여·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기식 인사 단행 ▲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한 국가 품격 추락 ▲ 책임자인 인사권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박근혜 정부 인사정책의 난맥상이 집대성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복지정책은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사회 4대악으로 규정했던 '불량식품'이라고 규정했다. 대선공약으로 ▲ 0-5세 무상보육 ▲ 기초연금 ▲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 공공의료 확충 등을 내걸었지만 대체적으로 후퇴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 정책위의장은 공공의료 확충 공약의 경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결정을 사실상 방조함으로써 오히려 공공의료 말살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양산'으로 정리했다.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요약되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불신 프로세스'라고 맞받았다. 장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개성공단 사태를 거치면서 '불신 프로세스'로 전락했다"면서 "6.15 공동선언 남북공동행사 불허 방침으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기회의 창마저 닫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 "100일 동안 탄탄한 지지도 얻어... 야권 평가 지나치게 인색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남소연

반면, 새누리당은 "그동안 참 어렵고 힘든 100일을 지냈다"며 박 대통령을 감싸안았다. 특히 김한길 대표의 '3불 정부' 평가에 "지나치게 인색한 평가"라고 일축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에서 "그동안 참 어렵고 힘든 100일을 지내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확실하게 입법·예산으로 반영하려 노력했다"며 "다행히 국민들께서 저희들이 노력하고 힘쓴 걸 기억하시고 부족한 점에 대해 양해하시면서 탄탄한 지지도를 보내주신다"고 자평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김한길 대표의 '3불 정부' 평가를 거론하며 "지나치게 인색한 평가다, 안보 관련해 불안한 정부라고 했는데 이 문제는 북한의 무분별한 위협과 협박, 도발로 자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 문제에 대해) 국제 공조를 통해 차분하게 대응해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렇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은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시는 게 낫지 않냐고 본다"고 강조했다.

'공약 불이행' 비판에 대해서는 "정부 출범한 지 100일에 불과하다"며 "(공약 실천을 위해) 140개 국정과제를 선정해 준비작업을 한창 하고 있는데 조금 성급한 평가 아니신가 지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00일 간의 노고를 격려하며 구체적인 제언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굳이 점수로 매긴다면 A제로"라며 "여러 신문 여론조사를 봐도 60% 이상의 지지를 받고 계셔서 안정적으로 정부가 잘 출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 대통령께서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진정성을 꾸준히 보여왔고 이는 향후 새 정부를 견인할 강인한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면서 "이제 100일이 지나가니, (성과 등을) 종합 점검하고 새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본격 가동할 때가 됐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최근 원전비리·진주의료원·밀양송전탑 사태 등에서 보듯, 정부의 사회비리 및 갈등조정능력을 국민이 바라고 있고 창조경제·일자리창출·경제민주화 등을 입법화하는 과정들도 착실히 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완된 사회적 분위기를 쇄신해나가는 대책을 수립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기준 최고위원 역시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등 안보위기에도 일관된 메시지로 북한을 압박하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북공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은 칭찬할 만하다"면서도 "국민 기대가 큰 경제 분야에서는 총론에서 큰 그림을 잘 그리고 있지만 세부적 실천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민생경제 활성화, 창조경제, 일자리 활성화 등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액션플랜을 조속히 완성해서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며 "새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인사난맥상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여론을 존중하고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게 해결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윤창중 #취임 100일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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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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