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충남 홍천군 광천광산에서 일한 정지열(71,오른쪽에서 세번째)씨 집안에선 5명이 석면으로 폐질환을 앓아 사망했다. 는환경보건시민센터는 6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환경성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환경피해보상법 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할아버지도, 숙부와 당숙도, 형도 광부였다. 1930년대 후반, 정지열(71)씨의 고향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에 들어선 석면광산은 한때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렸고, 또 아프게 했다.
광부였던 정씨의 숙부와 당숙, 형 등 5명은 모두 폐질환으로 세상을 떴다. 2010년 사망한 6촌은 석면광산에서 일한 적이 없는데도 석면폐(석면섬유가 폐에 쌓여 생긴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5일 오전 정씨는 간간히 가래 섞인 기침을 했다. 1년가량 석면광산에서 일했고, 평생을 주변에서 살아온 그도 2008년 석면폐 진단을 받았다.
이날 서울시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는 정씨처럼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모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은 이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은 공해병 다발국가"라며 정부가 2007년부터 환경성 질환을 조사한 내용을 정리,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석면·시멘트공장 환경성질환 피해 사례는 모두 2125건, 사망자의 비율은 26%(556명)이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이하게도 시멘트공장 주민 상당수가 폐질환을 앓는 사례는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시멘트공장이 있지만, 광부들이 주로 걸리는 진폐증이 공장 주변에 사는 주민에게서 발견되는 곳은 없다"며 "도대체 시멘트공장 관리를 어떻게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시멘트공장·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유독 한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