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나와라? '내각 특대왕 책임참사'로?"

'격' 때문에 무산된 남북당국회담... 강지영 서기국장은 무슨 급?

등록 2013.06.12 18:03수정 2013.06.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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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남북당국자회담(장관급회담)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북측이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로 내세웠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이 차관급인지 장관급인지를 두고 옥신각신하던 남북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도대체 '조평통 서기국장'은 어떤 자리일까?

조평통은 1961년 세워진 북 조선노동당 외곽단체로 국내외를 상대로 통일전선 형성, 남한 내 친북통일여론 조성, 대남업무 등을 맡고 있다. 조평통의 최고책임자는 위원장이며 부위원장과 서기국 등이 그를 뒷받침한다.

2003년 김용순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위원장 자리는 줄곧 비어 있다. 그 다음 서열인 부위원장은 김기남(85), 안경호(84), 양형섭(89), 김영대(77) 등 당의 주요 직책을 역임한 인물들이 맡고 있으나 대부분 연로하다. 조평통을 실제로 움직이는 인물은 강지영(58) 서기국장으로 알려져 있다.

'조평통 서기국장' 정부는 "권한·책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지난 2007년 민주당 안민석(가운데) 의원이 개성을 방문해 만난 강지영(왼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 북한은 12일로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의 북쪽 수석대표로 강 국장을 내세우면서 '장관급'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 민주당 안민석(가운데) 의원이 개성을 방문해 만난 강지영(왼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 북한은 12일로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의 북쪽 수석대표로 강 국장을 내세우면서 '장관급'이라고 주장했다.안민석 의원실

하지만 정부는 11일 북한의 남북당국회담 대표단 파견 보류 결정 뒤 '강지영 서기국장은 차관급'이란 입장을 발표했다. 통일부는 "실무접촉에서 권한과 책임이 있는 당국자로, 우리의 통일부 장관에 상응하는 수석대표가 나와야 함을 분명하게 요구했음에도 북한은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인사를 장관급이라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강지영 국장의 위치는 과거 장관급회담에 나온 내각 책임 참사보다 높다는 의견도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북한 전문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령성 참사가 수석대표로 왔을 때 남쪽이 보고 '차관급이 나왔다'고 불만을 표시했는데, 그럼 강지영 '국장'은 그보다 높으니 장관급 아니면 준 장관급 정도로는 봐줄 수 있지 않냐"란 글을 남겼다.

2001~2004년 열린 제5차~13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쪽 수석대표로 나온 김령성 내각 책임 참사의 당시 직책은 '조평통 서기국 제1부국장'이었다. 통일부 <2013 북한 주요기관·단체 인명록>에 따르면, 김령성은 여전히 서기국 제1부국장이다.


그는 또 "통일전선부는 당 기관이지 국가기관이 아니라 공식회담에는 (김양건이) 통전부장·당 비서로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국가 직책을 줘야하는데 뭘 줘야 하나? 김령성이 '내각 책임 참사'였으니까? 내각 특대왕 책임 참사?"


역대 부총리도 만났던 서기국장... "북한은 장관급으로 볼 것"

제14차~21차 장관급회담 참석자 명단을 봐도 '북 조평통 서기국장 = 남 통일부 차관'으로 보긴 어렵다. 이때 북쪽 수석대표는 조평통 사무국장을 역임한 권호웅 내각 책임 참사였다. 18차 회담까지 서기국 부장을 대동했던 그는 19차 회담부터는 서기국 부국장과 함께 나왔다.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을 차관급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비슷한 사례들은 더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사회단체·언론분야 특별수행원 간담회에서 남쪽 단장은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한완상 당시 대한적십자사 총재였다. 이때 북에서 단장으로 나온 사람은 안경호 당시 조평통 서기국장이었다. 1999년 6월과 2005년 5월 열린 남북차관급회담에서는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북 수석대표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장을 장관급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체제가 다르고, 북 통전부는 통일 관련 업무에 대남 공작까지 담당하고 있어 북한은 통전부장이 통일부 장관보다 높다고 여긴다는 얘기다.

다만 '판'이 깨지는데 영향을 준 북쪽 결정에도 아쉬워했다. 정 전 장관은 "서기국장도 안경호가 할 때는 나이가 있어서 높이 봤는데 강지영 국장은 젊다"며 "(북한이) 장관급 회담을 했던 김령성 같은 사람을 보냈으면 조용했을 텐데"라고 했다.
#남북회담 #조평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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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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