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13주년 기념 학술회의.
심명진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년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및 국제사회의 노력은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 출발해야 한다"며 "실패를 인정하고 평화를 만들기 위한 심각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길 의원은 최근 남북당국회담이 회담대표의 '격' 문제로 무산된 데 대해 "누구의 책임이냐를 떠나 답답하고 참담하다"며 "정말로 우리 민족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고 이토록 아둔한가. 민족의 명운을 다루는 문제에 대한 마음가짐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와 장거리 운반수단 등 실질적인 핵무기 완성을 이루는 데에 3년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미국 정보당국의 견해를 인용한 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에 가서 미국 기업인들을 만나 '북한 도발로 인한 리스크는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지만, 북한의 핵 위협 수준이 높아질 경우, 언제까지 리스크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더 이상 느긋하게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릴 때가 아니란 얘기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4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공식화한 데 대해 "북한 입장에선 핵억지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고, 미국을 향해 '과연 언제까지 이런 군사적 긴장 상태를 계속할 것이냐', '이제는 서로 대화하고 협상해서 현안들을 풀어가자'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한·미해상훈련이 끝나자마자 최룡해를 중국에 특사로 보내고, 이어서 남한에 대화하자고 나온 것은 그저 임기응변이 아니라 김정은 시대의 생존과 발전 방향을 여는 국면으로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중국이 '신형 대국관계'라고 표현하는 국제정치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대화 다이나믹스'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여전히 북한과 대치를 계속한다면 우리만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평화체제? "미국은 비용을 더 크게 느껴"..."중국이 보기엔 조건 미성숙"이날 발표 내용 중에는 '비용-편익' 분석으로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에 나설 수 있느냐를 예상한 내용도 있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평화체제로 이행하기 위한 협상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꽤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평화협정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한다는 가정 하에서 딜러리 교수는 미국이 얻을 편익을 ▲ 국방비 부담 감소 ▲ 미국 경제와 긴밀하게 연관된 지역에서의 경제적 리스크 대폭 감소 →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 ▲ 중·미관계에서 경제·기후 등 우선순위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됨 ▲ 동북아에서 미국의 위상 과시 등으로 정리했다.
이에 반해 미국이 부담할 비용은 ▲ 비핵화를 완료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에 대한 저항은 크다 ▲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국 내 공화당 등의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 기존의 동북아 안보 논리를 폐기하고 새로 수립해야 하는 상황 등으로 정리했다. 딜러리 교수는 "비용-편익 분석으로 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평화체제 이행 논의에 관여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에 대해 '미국이 크게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진단이 나왔는데, 중국은 어떨까. 한센둥 중국 정법대학교 교수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정전협정이 조선반도의 평화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동시에, 조선반도 평화체제의 구축문제에 대해 중국정부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취해오고 있다"는 정도로만 짚었다.
한 교수는 사견임을 전제로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정전협정의 법적인 지위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이므로 평화체제 구축에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한 교수는 평화협정의 전제 조건으로 ▲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 폐기 ▲ 북·미관계 및 북·일관계 정상화를 꼽았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조선반도 지역은 적극적인 평화상태에서 아직 멀고 적극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조건도 성숙되지 않았다"고 진단하면서도 "그렇지만 관련 행위자들이 조선반도의 평화유지를 정책결정의 우선적인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평화체제 구축은 여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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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북 간 불신, '리셋' 버튼 눌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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