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불가 새누리당 규탄 및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2012년 11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가운데, 단식 중인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이 참여하였다.
조재현
사실 그날 그런 지부장님을 보며 속으로 '에이 뭐 저래. 그 영웅적 투쟁을 했던 동지가 그깟 발언을 저리도 거부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실망스러웠거든요. 그런 짧은 만남 얼마 후 성균관대에서, 옥쇄파업 77일간의 기록을 담은 태준식 감독의 다큐 <당신과 나의 전쟁>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초대를 받아 갔는데, 2007년부터 노동조합 인정과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싸워온 제 처지에 대한 설움이었는지, 참 많이도 울었죠.
그런 중에도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에 남았던 한 장면. 투쟁이 끝나면 제일 하고 싶은 게 뭐냐 묻는 카메라를 향해 "우리 마누라 한번 찐하게 안고 싶다"며 너무도 해맑게 웃던 멋진 그 중년의 남자가 바로 지부장님이셨습니다. 첫 인상과는 너무도 다른 기억이죠?
이후 2011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천막농성을 시작한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저희가 연대투쟁을 하게 되면서 당시 쌍용차지부 구로정비지회 지회장으로 김정우 지부장님을 다시 뵙게 되었죠.
2011년 8월엔 상경한 한진중공업지회와 여러 투쟁사업장의 조합원들이 상급단체 어디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우리만의 동지애로 광화문 KT 앞에서 했던 노숙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침낭 하나도 깔지 못하는 노숙 장소에서도 밤마다 아우뻘 동지들과 밤을 새우며, 구성지게 '뽕짝'을 불러 분위기를 띄워주시던 지부장님.
또 2012년 1월부터 시작한 서울과 수도권 투쟁사업장을 순회한 '희망 뚜벅이'와 그 힘을 모아 혹한의 겨울 추위를 마다않고 서울시청 광장을 점령한 '희망 광장'을 함께하며 만난 지부장님은 이 힘든 싸움의 현장이 힘겹고 서럽지만은 않은 듯이 언제나 즐겁고 밝은 기운을 주시는 분이었죠.
그 '살인 미소'를 잃지 않으며 공동투쟁들을 함께한 이후, 작년 4월 쌍용차지부 동지들은 동료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품고 서울 도심 한복판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리셨습니다. 숱한 탄압에 맞선 끈질긴 투쟁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해결의 고리를 찾아보고자 2012년 10월에는 50대 중반의 지부장님이 '단식투쟁'을 선택하기도 하셨죠.
"우리가 죽는다 해도 꿈쩍이나 하겠어? 하다 하다 이것밖에 없으니 하는 거지. 제발 우리 주변이라도 싸우는 우리들과 함께 해보자고, 굶기라도 해보는 거지."'기죽지 말고 꿋꿋하게'... 천막에서 만날 날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