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활동중인 아이들
김용만
조는 내가 직접 짰다. 일부러 남녀 비율을 맞추고 성향을 고려해 편성했다. 특별히 유리한 조나 특별히 불리한 조가 없게 하기 위함이다.
이 수업은 자료를 찾고 자유롭게 협의를 해야 하기에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한다. 이미 사서 선생님께서 컴퓨터와 여행 관련 도서들을 준비해주셨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내용이 구체화되고 재미가 더해지고 있었다.
6월 넷째 주, 중간 상황을 점검했다. 이미 자료 준비가 다 돼 PPT를 만들고 있는 조도 있었고, 아직 여행지조차 정하지 못한 조들도 있었다.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위해 아이들에게 말했다.
"가능하면 여행을 그냥 구경만 하는 것보다 스토리를 넣었으면 합니다. 이런 부분에선 준이조가 매력적입니다. 소개하자면…, 준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 보냅니다. 준이 친구들은 이런 준이를 보며 너무 마음 아파합니다. 그래서 준이를 위해 친구들이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장소는 평소 준이가 가고 싶어했던 남해. 그곳에서 마지막 추억을 쌓고 마지막 날 준이가 죽습니다. 친구들은 준이의 유품을 가지고 가장 의미 있었던 여행지에 와서 유품을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스토리가 들어가면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겁니다."아이들은 경청한 후 또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네! 선생님. 저희 조는 수능 후 뒤풀이 여행을 갈 겁니다.""저희 조는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 제주도에 불시착했으나 제주도의 풍경에 매혹돼 정착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저희는 살인범이 도주하는 여행을 짜보려고 합니다.""니 얼굴이 살인범 아이가?""니가 더 살인범 같거든!"아이들이 "와~~~" 하고 웃는다. 정말 다양한 스토리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가능하면 모두 다 수용했다.
"네, 네,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같이 하는 겁니다. 말이 안 된다고 친구 의견을 묵살하지 말고 끝까지 듣고 함께 의견을 모아가기 바랍니다."아이들이 "네!!!"라고 힘차게 말하며 신나한다.
아이들이 부딪히며 '함께'라는 가치 배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