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이면 된다? 생존 못하면 곤란하죠"

[인터뷰] '사회적기업 품평회' 여는 김종익 경실련 협동사무총장

등록 2013.06.21 21:11수정 2013.06.2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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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후 전국적으로 수천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 팽창에 비해 아직은 사회적 인식, 사회적기업의 시장경쟁력과 자생력 확보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지난해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와 목포경실련이 전남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사회적기업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51%에 달했다. 제품 구입 경험 여부에 대해서는 18.1%만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2009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조사결과('알지 못한다' 50.1%)와 거의 차이가 없다.

지난해 창립된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이하 전남네트워크)'는 낮은 인지도와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사회적기업 제품 품평회'를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 처음으로 지난해 추진한 품평회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출품된 사회적기업의 제품 가격, 디자인, 포장,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컨설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자극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소비자가 평가하는 '사회적기업 품평회'

 '전라남도 사회적기업 제품 품평회'는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자극제 역할을 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품평회에서 전문가들이 해당 사회적기업 제품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있는 모습.
'전라남도 사회적기업 제품 품평회'는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자극제 역할을 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품평회에서 전문가들이 해당 사회적기업 제품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있는 모습.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제공

'전남 사회적기업 제품 품평회'는 전남네트워크가 지난해 3개월 여 동안 지역 소재 67개 사회적기업을 상대로 현장 방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물이다. 조사결과, 지역사회 인식변화 유도와 함께 사회적기업 제품의 시장경쟁력 확보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종익(경실련 협동사무총장) 전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실태조사에서 기업들이 '제품의 시장경쟁력이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자긍심도 결여되어 있었다"며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품평회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전남네트워크가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연간 매출 실적을 파악할 수 있었던 26개 기업 중 10곳(38.4%)이 적자(당기순이익)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그는 "사회적기업 본연의 가치 실현과 공익적 목적에 대한 의지가 있어도 기업으로서 미흡한 경영역량, 경쟁력 부족 등으로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네트워크는 지난해에 이어 오는 25일 오후 2시부터 전남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컨벤션홀에서 두 번째 품평회를 연다. 이번 품평회에는 마케팅 전문가 뿐 아니라 30여 명 내외로 구성된 '소비자 체험단'도 참여한다. 전문가의 평가와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평가해 시장성을 가늠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오마이뉴스>는 목포경실련 사무실에서 품평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종익 운영위원장을 만나 품평회 취지와 효과, 정부와 지자체의 사회적기업 활성화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종익 운영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품평회, 사회적기업의 시장경쟁력 확보에 자극제"

 김종익'사회적기업 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그는 경실련 협동사무총장, 목포경실련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전남지역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김종익'사회적기업 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그는 경실련 협동사무총장, 목포경실련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전남지역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강성관

- 올해로 두 번째 품평회를 계획하고 있다. 어떤 배경에서 추진하게 됐나.
"품평회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67개 전남지역 사회적기업을 일일이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실태조사에서 연간 매출 실적을 파악할 수 있었던 26개 기업 중 10곳이 적자로 조사됐다. 사회적기업 본연의 가치와 사회환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기업으로서 미흡한 경영역량, 경쟁력 부족 등으로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한계 있다.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실태조사에서 기업들이 '제품의 시장경쟁력이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고, 자긍심도 결여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품평회를 추진했다. 대기업에서 실제로 제품 만들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던 전문가들을 초청해 실용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한편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자기 제품에 대한 자긍심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다른 측면에서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품평회는 실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마케팅과 브랜딩 전문가들 앞에 참여한 기업의 제품을 진열해 놓고 한 기업당 30분-40분에 걸쳐 평가를 진행한다. 예의를 갖추지만 어떤 경우는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혹평도 한다. 상품을 만들 때 어떤 분들의 조언이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시장조사에 기초한 것인지 여부, 대표의 주관적 요소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인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 포장재의 재질과 디자인 측면 등 구체적인 사항을 묻고 답한다. 전문가들이 꼼꼼히 제품을 살펴서 디자인, 마케팅 등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짚어 준다."

- 우수 기업에 대한 시상이나 인증을 하나.
"애초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시상을 하려고 했는데 반대 의견이 있었다. 참여한 기업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시장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기부여 차원에서 '브랜드 스톤'으로 2개 업체를 선정했다. 잘 다듬으면 좋은 보석이 될 수 있는 '원석'이라는 의미다. 지금은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디자인과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경쟁력 가능성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된 기업을 선정한다."

- 선정 기업에 대한 특별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나.
"재정적 지원 등 특별한 지원은 없다. 품평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실질적인 시장경쟁력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가 곧바로 개선될 수는 없지만, 경쟁력을 갖추는데 자극제 역할을 한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입장에서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는 개별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 1월 품평회 심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과 참가 기업의 컨설팅을 자리를 다시 가졌는데  4개 기업이 함께 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시장경쟁력 확보에 나서게 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선입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회적기업들이 품평회 등을 통해 제품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을 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의 제품은 질이 나쁠 것이란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품평회에서는 30여 명으로 구성된 소비자 체험단이 참가해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평가한다 더 많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인지도 제고, 제품 홍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제고 등 과제가 많다. '사회적기업의 성공'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적기업은 기본적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창출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새로운 대안 모델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윤창출을 통해서 정부의 지원이 끊긴 이후에도 자생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도 간과 되어서는 안된다.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개인적으로 지역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나.
"앞선 두 가지의 성공 기준에서 성공으로 향해가는 기업들이 있다. 먼저 순천의 '(주)해피락'은 애초 SK가 지원해 준 취약계층 지원 도시락 사업을 했는데, 지금은 다양한 도시락 사업 뿐 아니라 독립적인 뷔페까지 운영하고 있다. 해피락과 다른 사회적기업을 비교하면 차이가 느껴진다. 핵심 실무 책임자들이 확고한 경영마인드와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있다.적극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제품 질도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진의 '해들녁애'는 귀촌하신 분이 창업을 했는데 향토 농수산물을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해들녘애가 주도해 10여 개 업체가 연대해서 판로를 개척해 성과를 내고 있다. 식품 가공 기업들이 함께 마케팅을 하니 백화점 등 대형 판매시설 입장에서도 '직거래장터' 등 이벤트를 하기가 수월하다. 사회적기업 간 연대와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곳은 사회적기업 가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전형에 가까운 기업인데, 목포의 (주)미항주거복지센터다. 이 센터는 '자활공동체 주거사업단'으로 출발해 사회적기업으로 독립한 기업이다. 이 곳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의지가 강하다. 집수리, 지붕공사, 보일러 등 주거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데 개인의 경쟁력, 즉 자격증 공부를 유도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개인역량을 강화하는 교육훈련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다."

"양적 팽창보다 자생력 키우는 생태계 조성 중요"

 김종익 '사회적기업 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김종익 '사회적기업 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강성관
- 전남도의 사회적기업 활성화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전남도의 경우 다른 시도에 비해서 활성화 정책 의지가 있다. 다만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발전 전략이 체계적으로 수립됐다고 볼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각 시군이 자체적인 발전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선은 도 차원의 발전전략 수립을 위해서 전략 수립 단위가 구성돼야 한다.

일선 시군의 경우 사회적기업을 기업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사회단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목포시의 경우 사회적기업 담당 부서가 사회복지과였다. 그러다가 기업마인드가 있는 투자 관련 부서로 담당부서가 바뀌었는데 이런 부분은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지역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 제품의 우선구매제도를 더 활성화해 협력해 가야한다. 올해 목포시의 경우는 각 부서의 수요 등을 조사해 17억여 원에 상당하는 사회적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기로 했다. 이런 사례가 많아 지길 바란다."

- 정부의 사회적기업 정책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중요한 것은 사회적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정책적 과제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인건비 지원을 통한 일자리창출 등 개별 사회적기업 중심의 지원이 주가 되고 있다. 이제는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지만, '사회적기업 몇 개를 만들겠다'며 일자리창출 규모에 치우친 성과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자생력을 갖춘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예를들면, 입찰제도를 개선하거나 우선구매제도 활성화, 사회적기업과 협력하는데 노력하는 단체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 또 지원을 위한 심사를 하면서 단기간에 너무 많은 매출목표를 세우게 하는 평가틀도 개선돼야 한다. 획일화된 평가 틀을 업종별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도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이 전문적인 인력 활용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전문 교육 훈련체계가 필요하다. 개별기업 입장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훈련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양적 팽창에만 연연할 경우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 지역특성에 맞는 육성방안이 강조되고 있다.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나.
"사회적기업 뿐 아니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상품화 할 수 있는 전남지역의 향토자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발굴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이를 어떻게 상품화하느냐가 관건인데, 전문성이 너무 결여되고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상품화가 쉽지만은 않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어려운 부분은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과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해소해 갈 수 있다. 사회적기업 간 연대의식,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중요하다."

- 정부 지원으로 기업활동을 하다보니, 일부 도덕적 해이 현상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일부 사회적기업가들이 일자리사업을 인건비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 실현은 물론 기업으로서의 경영 마인드 부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근로자는 인건비를 제공하는 주체가 기업이 아니라 정부라는 인식이 있는 경우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측면이 있다. 구성원들이 사회적기업의 가치실현에 대해 다시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어떤 기업은 지원받는 인력 이외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않거나 못한다. 스스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니 역량이 있는 인력 확보가 어렵고 경쟁력을 갖추는데 한계를 드러낸다. 민간 자원을 끌어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 지역사회와 사회적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사회적기업이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키우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양극화를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경제체제를 만드는데 사회적기업의 육성과 활성화는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데 노력하면서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 또 개별 기업활동에만 얽매이지 말고, 사회적기업 간 교류와 협력, 지역사회와의 협력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지역주민들은 일반 기업과 비슷한 질과 가격이라면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주길 바란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사회적기업에 애정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김종익 경실련 협동사무총장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전남 사회적기업 제품 품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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