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익'사회적기업 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그는 경실련 협동사무총장, 목포경실련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전남지역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강성관
- 올해로 두 번째 품평회를 계획하고 있다. 어떤 배경에서 추진하게 됐나."품평회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67개 전남지역 사회적기업을 일일이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실태조사에서 연간 매출 실적을 파악할 수 있었던 26개 기업 중 10곳이 적자로 조사됐다. 사회적기업 본연의 가치와 사회환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기업으로서 미흡한 경영역량, 경쟁력 부족 등으로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한계 있다.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실태조사에서 기업들이 '제품의 시장경쟁력이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고, 자긍심도 결여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품평회를 추진했다. 대기업에서 실제로 제품 만들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던 전문가들을 초청해 실용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한편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자기 제품에 대한 자긍심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다른 측면에서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품평회는 실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마케팅과 브랜딩 전문가들 앞에 참여한 기업의 제품을 진열해 놓고 한 기업당 30분-40분에 걸쳐 평가를 진행한다. 예의를 갖추지만 어떤 경우는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혹평도 한다. 상품을 만들 때 어떤 분들의 조언이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시장조사에 기초한 것인지 여부, 대표의 주관적 요소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인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 포장재의 재질과 디자인 측면 등 구체적인 사항을 묻고 답한다. 전문가들이 꼼꼼히 제품을 살펴서 디자인, 마케팅 등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짚어 준다."
- 우수 기업에 대한 시상이나 인증을 하나."애초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시상을 하려고 했는데 반대 의견이 있었다. 참여한 기업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시장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기부여 차원에서 '브랜드 스톤'으로 2개 업체를 선정했다. 잘 다듬으면 좋은 보석이 될 수 있는 '원석'이라는 의미다. 지금은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디자인과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경쟁력 가능성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된 기업을 선정한다."
- 선정 기업에 대한 특별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나."재정적 지원 등 특별한 지원은 없다. 품평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실질적인 시장경쟁력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가 곧바로 개선될 수는 없지만, 경쟁력을 갖추는데 자극제 역할을 한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입장에서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는 개별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 1월 품평회 심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과 참가 기업의 컨설팅을 자리를 다시 가졌는데 4개 기업이 함께 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시장경쟁력 확보에 나서게 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선입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회적기업들이 품평회 등을 통해 제품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을 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의 제품은 질이 나쁠 것이란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품평회에서는 30여 명으로 구성된 소비자 체험단이 참가해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평가한다 더 많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인지도 제고, 제품 홍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제고 등 과제가 많다. '사회적기업의 성공'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사회적기업은 기본적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창출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새로운 대안 모델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윤창출을 통해서 정부의 지원이 끊긴 이후에도 자생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도 간과 되어서는 안된다.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개인적으로 지역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나."앞선 두 가지의 성공 기준에서 성공으로 향해가는 기업들이 있다. 먼저 순천의 '(주)해피락'은 애초 SK가 지원해 준 취약계층 지원 도시락 사업을 했는데, 지금은 다양한 도시락 사업 뿐 아니라 독립적인 뷔페까지 운영하고 있다. 해피락과 다른 사회적기업을 비교하면 차이가 느껴진다. 핵심 실무 책임자들이 확고한 경영마인드와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있다.적극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제품 질도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진의 '해들녁애'는 귀촌하신 분이 창업을 했는데 향토 농수산물을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해들녘애가 주도해 10여 개 업체가 연대해서 판로를 개척해 성과를 내고 있다. 식품 가공 기업들이 함께 마케팅을 하니 백화점 등 대형 판매시설 입장에서도 '직거래장터' 등 이벤트를 하기가 수월하다. 사회적기업 간 연대와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곳은 사회적기업 가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전형에 가까운 기업인데, 목포의 (주)미항주거복지센터다. 이 센터는 '자활공동체 주거사업단'으로 출발해 사회적기업으로 독립한 기업이다. 이 곳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의지가 강하다. 집수리, 지붕공사, 보일러 등 주거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데 개인의 경쟁력, 즉 자격증 공부를 유도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개인역량을 강화하는 교육훈련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다."
"양적 팽창보다 자생력 키우는 생태계 조성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