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전지크기의 종이에 헌법을 쓰는 장면
이영미
개인전을 2번 이상 개최한 사람에게만 헌법을 쓸 자격이 주어졌는데 나는 개인전을 5회 했지만 선배는 그동안 10회를 넘는 개인전을 하였다. 그만큼 평소에 학습과 집중을 했다는 것을 뜻하고 그만큼 문자학의 창작열이 높고 사고가 남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작품제작방식 자체가 나와는 너무 달랐다. 아니 나는 감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나도 나름대로 그동안의 현장경력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해내었지만, 나처럼 국전지에 써서 작품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종이를 먼저 연결해놓고 그 종이 위에 올라가서 작업을 했던 모양이다. 작업을 한 사진 장면과 같은 동문들에게 이야기를 전해듣고 나는 목뒤가 서늘한 전율과 경외심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는 자성이 들었고, 앞으로 더 정진해서 기량을 향상 해야 되겠다는 각오도 들었다.
어저께 동문들에게 사발통문이 들려졌다. 그 선배의 대한민국헌법전문작품이 당선되어 국회 로비에 작품이 청동주물로 설치된다고 했다. 개인의 영광뿐 아니라 가문과 동문의 영광이기도 하다, 누구는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작품을 제작한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절대로 운이 아니다.
평소에 그렇게 그만큼 집중을 하고 그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국한문혼서인 작품에 대한 해석력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평소에 그만큼 집중을 했다는 것은 하루의 반나절 또는 종일을 한 글자도 안 틀리고 쓸 수 있다는 것은 평소에 날밤을 새워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연마의 세월이 숨었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