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의정활동이냐, 학문의 자유 침해냐?

[주장] 뉴라이트 논란 교과서 대표저자 '자료 요구' 논쟁

등록 2013.06.24 20:50수정 2013.07.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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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명순 연세대 교수, 박지향 서울대 교수 등 보수적 성향의 교수 300여 명 명의로 기자회견문이 발표되었다. 이 회견문은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교수들의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이 학술원 교수이자 한국현대사학회장인 권희영 교수의 연구자료와 출장 기록을 요구한 것이 '표적 자료요구'이며, 학문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민주당과 김태년 의원은 정당화될 수 없는 학문 탄압과 검열 행위에 대하여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이런 성명이 나오게 되었나? : 발단과 경과

왜 이런 주장이 나왔으며, 과연 이 주장은 타당한가? 이 논란은 언론에 뉴라이트 교과서가 교육부의 검인정을 통과하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가 대표 집필한 K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국사편찬위원회)의 검인정을 통과했는데, 그가 속한 한국현대사학회가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펴낸 교과서포럼이라는 뉴라이트 단체와 인적 구성이 상당수 겹쳤다. 그러니까 뉴라이트 단체 대안교과서의 역사 왜곡 내용이 그대로 교과서에 실리는 것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출판기념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이 대안교과서는 일제 식민지배와 군사 독재를 미화하는 인식을 가진 뉴라이트 단체가 만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이 대안교과서는 4·3사건을 '좌파의 반란'으로 기술하는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 배재정 의원은 성명을 통하여 검정을 통과한 현대사학회 교과서의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 4·19와 5·16 등에 대한 역사 왜곡 우려를 밝혔으며, 이 문제는 6월 14일 임시국회 교육부 긴급 현안 보고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날 새누리당 김희정·김새연, 민주당 김태년 의원 등이 역사 교과서에 대한 질의를 하였는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현대사 교과서가 남로당식 역사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고, 이 과정에서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와 논란 중인 K사의 교과서 저자는 직접적으로는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드러났다.

계속 이것이 문제가 된 이유는 권 교수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권 교수는 지난 5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라는 토론회에서 "스탈린, 김일성, 박헌영이 공유하는 인식이 중학교 역사 교과서 서술의 기본적 틀"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에 기반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교과서 저술에 참가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표저자인 권 교수가 교수 본연의 역할인 연구와 강의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표저자인 권 교수의 학술과 업무 관련 자료를 요구하였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민주당 김태년 의원실은 권 교수의 "개설강좌, 강의계획서, 강의시수, 수강가능인원, 수강신청인원, 강의평가, 각 개설강좌에 대한 휴강 및 보강 실시 내역, 원내 연구과제, 수탁과제 목록, 연구비, 연구계획서, 연구결과물, 연도별 연구비 및 수당 수령 내역, 해외출장내역, 출장보고서 등"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김 의원실은 이 자료들이 국민 혈세로 세워진 국책연구기관의 교수의 학술적 활동, 공적 업무 수행에 대한 공적 자료라는 것이다. 이들 요구 자료 중에 개인의 재산이나 세금, 가족관계 등의 신상자료 등 개인 사생활에 관련된 것 또는 비밀로 해야 하는 자료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2012년 5월 교육부의 한국학중앙연구원 감사에서 최근 7학기 중 3학기나 수업을 한 시간도 하지 않고 1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아간 것이 지적되고, 7월 국회 업무보고 시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 질의에 교과부에서 이를 직접 확인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또, 그가 정정길 원장과 5500만 원을 들여 남미를 갔다 온 것에 대해 출장 경비가 과다하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권 교수 측과 보수 학계에서 보수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학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표적 감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권 교수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진 자료 요청을 '표적감사'라고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어떤 기관? 현행법상 감사 자료 제출 대상

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 권희영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교수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978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육성법에 따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으로 문을 열었다가 2005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꾼 기관이다.

법률로 설립된 기관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이 연구원은 민간연구소가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정부출연기관이다. 이런 성격을 반영하듯 이사장 1명, 이사 8명, 감사 2명의 임원진과 집행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장과 더불어 교육부차관, 문화체육관관부차관, 기획재정부 차관이 당연직 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원장은 정정길 MB정부 당시 대통령실장이 맡고 있다.

현행법을 종합해 보면,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교육부 출연 공공기관으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 등에 따른 국회 감사 대상기관으로 국회법 제127조에 따라 국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요구된 자료도 권 교수의 사적 신상 자료가 아니라 공적 자료인 학술과 업무에 관련된 것들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에 의해 국민이 부여한 합법적 권한 내에서 국가의 세금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교수 연구실적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이다. 그런데 권 교수 본인은 물론 보수언론과 교수들까지 나서서 '학문탄압', '인권침해' 어쩌고 하는 반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의무 Vs 학문의 자유 침해? 그것이 문제로다

현재의 모양새는 사학법인들이 국정감사 때 자료 제출 요구에 반발하는 모양새와 비슷한 면이 있어 보인다. 최근 사학법인들은 "사립학교는 국정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논리와 "표적 감사 자료 요청으로 학교가 마비 상태"라는 이유 등으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반발해왔다. 당시에도 사학의 자율성 침해라는 주장에 사학의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역사 교과서 왜곡 논쟁에서 시작된 국회의원의 정당한 업무냐, 역사학자의 학문의 자유 침해냐 하는 현재의 이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정작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국정감사를 받아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국회의 자료 요구에 성실하게 자료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말로 학문의 자유 침해이고 표적 감사라면 자료 제출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펄쩍 뛰고 나서야 할 텐데 이 기관은 별다른 반발 없이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정당한 학문 활동을 탄압하고 국민을 이간질하는 , 허용될 수 없는 행태라고 비난 하는 보수 학계의 주장은 아무래도 지나쳐 보인다. 이를 문제 삼고 있는 언론과 학계의 대부분이 보수 성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리 보인다.

현대사 왜곡 문제가 국민의 첨예한 관심사인 현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로 설립 운영되고 있는 공적 기관의 연구자에 대한 연구 자료와 업무 자료를 요구하여 살펴보겠다는 것이 국민의 대표로서의 정당한 의무이자 권한이라는 주장 앞에 그다지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권희영 교수' 관련 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6월 24일자 교육면 초기화면 '정당한 의정활동이냐, 학문의 자유침해냐?' 제하의 기사에서 교육부 감사처분서와 국회 회의록을 인용, 권희영 교수가 7학기 중 3학기나 수업 없이도 급여를 받았으며,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5500만 원을 들여 남미출장을 갔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권희영 교수는 교육부의 감사처분 내용은 교원수 과다 및 주당 강의시간 운영 부적정을 문제삼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대해 기관경고한 것일 뿐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남미출장에는 정 원장을 포함해 모두 4명이 동행했으며 경비는 5200여 만 원이 집행되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뉴라이트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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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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